삶이 여행이요 그 길에서 잠시 쉴 뿐...
살아가며 든 낮잠이
어찌 긴 시간이 될 수 있으랴
돌담 곁에 함께 늙어가는 나무
짙은 넉살로 더위 피하는데
나만 해 넘이에 울적하기만 하다.
반나절 지난 듯한 낮잠이
어느덧 황혼이 짙은데
살아가는 것 마찬가지라
열 잔 술이 많으랴
함께 나이 먹는 바람이 많을 뿐.
삶이라는 긴 여행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서산으로 넘어가는 노을을 보고 있을 뿐인데 내일이면 다시 아침이 오고 또 저 노을을 볼 것인데 우리는 그 길을 다급히 가려한다. 때론 긴 여정의 바랑을 벗어던지고 편히 저 노을을 볼 수 있다면...
산이 크다면 반드시 그 그림자가 큰 법인데 왜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큰 산만 넘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술 한잔 마시고 산을 노래하고 또 한잔 마시며 자연이 나를 품었듯이 나 역시 남은 여정을 웃으며 걷고 싶다.
오직 늙어감에도 능사 있느니
백 잔 술 모두 비워 백 가지 근심을 잊고져
송강 정철의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