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리

by 한천군작가

구름이 마실 가 버려서

온전한 하늘빛이구나

어머니 던져주신 실타래

하늘가에 풀어놓으니

마실 다녀온 구름이구나.

돌다리 두들기니

어머니 다듬잇돌 소리

나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운 소리가 하나 있다. 여름이면 풀 먹인 천을 곱게 접어 다듬잇돌 위에 가지런히 놓고 방망이질을 하시던 할머니의 장단이 그립다. 어쩌면 우리에게 살아가는 지혜를 주신 분들이 부모님일 것이다.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하라시던 말씀들을 지금 내가 내 아이에게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내 아이에게 무슨 소리를 남겨줄까 고민을 한다. 내 할머니께서는 내게 여름이면 그 소리가 그리워지게 만드셨는데 나는 어떤 소리를 기억할까? 아마도 햇살 잘 드는 창가에서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던 흔들의자 소리를 기억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나 역시 아버지의 소리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였으니 그도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골동품 골목을 지나갈 때면 늘 고민을 한다. 저 무거운걸 배달은 해 줄까? 아니야 저건 배달 안 해줄 거야. 그럼 내가 들고 가야 하나? 이런 생각에 잠기다 결국 사지를 못한 것이 다딤잇돌이다. 아니 방망이 두 개는 거실에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우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만큼 나에게 그리운 소리다.

오늘따라 그 소리가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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