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꽃비에 젖어도...

by 한천군작가

석양도 삼키지 못한

푸르름은 시름인가

달과 함께 구름이 다가오고

여름 꽃 한창인데

아직도 비는 주르르 후둑후둑


댓잎은 바람을 끄러 오고

산 꽃이 떨어져

지나는 길 꽃길이라

시샘하는 끌어온 바람

훅 하고 꽃을 날리는데

그 길은 시샘이 준 꽃비가 내린다.

여름이면 모든 것을 놓고 싶어 진다. 어쩌면 그것이 정상일 수도 있다. 너무 더우니 그늘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어 하고 그 사이로 불러오는 바람이 너무 고마운데 내 속으로 흐르는 땀방울은 소나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나뿐만이 아니다. 길가에 지친 더위에 누우려는 꽃들에게도 필요하고, 나뭇가지를 잡고 흔들거리는 꽃들도 어쩌면 나처럼 소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비는 더위를 식혀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식혀주는 것이다. 산길을 걷다 무심코 바라본 하늘이 검은빛으로 변해갈 때 서두르지 않는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좋으니 그 길이 꽃비가 내리는 길이길 바라며 걷는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 길에 꽃비가 내린다. 나를 위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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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내리는 것이 꽃비라고 누가 그리 말을 할까. 여름도 꽃비를 맞는다는 것을 알까?

하얀 꽃비를 연상하는 것이 봄의 절정이라면 여름은 소박하게 길에다 잔설처럼 얕게 깔아주는 꽃비가 내린다.

숲길을 걸을 때 혹은 공원을 산책하다 만나는 소나기에 아름드리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면 내 발등을 톡톡 건드린다.

보라
꽃잎도 버릴 때에
눈이 부시다.

홍수희 님의 꽃비 중에서.

계절이 어디였던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 어떤 꽃비를 만나느냐에서 그 감흥이 다른 것이다.

홀로 걷던 길에서 만나는 다홍색의 비도 나름 좋고 노란 꽃비도 좋다. 그래서 잔비가 내리는 날에는 서둘러 우산을 챙기고 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그 꽃비를 만나고 내 발 앞으로 톡톡 떨어지는 꽃잎에게 미소를 보인다.

그래 살아가는 것 중에서 그래도 행복을 주는 것은 필 때도 아름답고 질 때도 반짝이는 네가 있어 좋다.

오늘도 비가 내리면 좋겠다.

더위를 한풀 꺾어버리고 아름다운 그 비를 오늘도 보고 싶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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