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6-

by 한천군작가

1.
물 흘러 산을 慰撫(위무)하고
비는 내 살갗을 어루만지는데
산사의 고요함에는
노승의 염불이 산을 끌어안는다

2.
늙은 노송은
여름 장마를 돌려보내려
굽은 허리로 돌아보는데
비는 궁둥짝만 때리고 가는구나

3.
싸르락거리는 댓잎의 눈물에
바람은 잠시 댓잎에 누웠다 가고
동자승의 비질로
산사도 싸르락거린다


산은 언제나 품을 줄을 안다. 그런 맘을 나는 배우고 싶어 산을 찾는다. 바다 역시 그런 맘이지만 산은 그 나름의 색다름이 있어 좋다. 우선 꽃이 있어 좋다. 그리고 혼자만의 생각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가끔 깊은 생각에 빠져들라치면 바람이 나뭇잎을 간지럼 태우기에 그 모습을 보며 생각의 끝을 만지기도 한다. 평지를 걸을 때면 나무들이 풍부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오르막을 오를 때면 그래 지금의 내가 헤쳐나가야 할 것이 이런 오르막일 거야 하지만 이 길의 끝에는 분명 내리막이 있을 거니 조금만 참고 견디자 라는 속내를 알아 차린 것일까 산은 능선으로 답을 한다. 여기서 부터는 조금 편하게 나를 위무하세요 라고 마치 산이 말을 하듯이 그렇게 산길은 작은 내리막길을 그리고 평지를 선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작은 산사는 타오르는 목마름을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색색의 단청에 걸린 풍경이 정겨움을 주며 합장하게 만드니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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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비탈 저 위에서
나를 꼼꼼히 돌아보는 일
좋은 일이야.
갇혀서 외로운 것 좋은 일이야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 야간산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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