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끼는 모양이 나이 듦을 보는 듯
바람은 홀홀히 가는데
내 어찌 멈추랴
홀로 춤추는 촛불 하나
문 닫으니 덥다 하네
창가에 핀 꽃에게
밤을 비켜가는 별빛도
산 허리 잡은 구름이
백발처럼 늙어만 간다.
홀홀히 떠나는 시간을
내 어찌 막으랴
계절이 가 버린다고
소슬한 내 추억마저 가 버릴까.
흘러가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아질 때가 있다. 아마도 남겨진 사람의 몫이라고 말을 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이제 그만이라는 단호함일 수도 있다. 그 단호함에 하나의 대상일 수도 혹은 무형의 대상일 수도 있다는 것에 때론 감사를 한다. 긴 주삿바늘이 몸속으로 들어올 때의 그 싸늘함이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아픔도 잊게 되어버렸던 것처럼 조금씩 나 자신에게 단호해지고 있다.
누군가는 버리면 그만인데라는 말을 하지만 버린다고 그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 것을 왜 모르는지 한다.
하지만 그 존재의 흔적을 바라보는 그 대상이 사라진다면 그 흔적도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나 힘들다"
"...."
힘들 땐 힘들다고 말을 하라고 늘 버릇처럼 내가 하던 말을 어느 날 내가 하고 있을 때의 그 상실감...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무언의 침묵이 자욱한 안갯속처럼 불투명의 공간에 남겨진 그 초라함이었다.
살아가는 것도 이처럼 며칠 앓고 나면 괜찮아지면 좋으련만 뜻대로 되질 않는 것에 더 아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개가 그치면 맑은 세상이 보일 것을 알기에 오늘도 웃는다. 저기 저 길은 어차피 내가 가야 할 길이니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몇 번의 안개를 해치고 나와 맑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
젊음은 그 자체가 밝은 빛이지만 나이 듦은 그 주면이 밝아지니 홀로 밝은 것보다 더욱 밝으니 좋다.
해 보고 싶은 일보다는 할 줄 아는 일이 더 많아져서 더욱 좋은 것이다.
나에게 나으듬이란 궁금한 것보다는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나름의 지혜가 생겨서 좋다.
그래서 귀밑머리가 하얗게 변해가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