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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徑春行(산경 춘행)

마원의 산경춘행도를 보고...

by 한천군작가

매화 강 건너는 봄이련가

노을은 바다에서 오는 아침인가

이슬 한잔에 취한 들풀이

바람을 곁에 두고도 비틀거린다.

나 역시 그 바람에 흔들리고

취하지 않은 취함으로

바다로 돌아가는 저녁에게

동백이 떨어진다고 너도 가느냐 한다.



마원의 산경춘행도는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에 소장 중인 송대의 그림이다.

나에게 그림은 어찌 보면 아주 가까운 가족 같은 존재였다. 할머니께서 좋아하신 고서화들이 집안 곳곳에 즐비했었고, 작은할아버지는 고서화 수집광이셨다. 그 때문인지 나는 어릴 때부터 이런 늙은 그림과 글에 익숙해져 있었으니 가족 같은 느낌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어머님의 직업 또한 그림과 연관이 되어 있었지만 이런 동양적인 그림이 아닌 서양의 것으로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그림과 글에 익숙하다 보니 지금도 어느 식당의 그림 참 좋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나 보다.

마원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전형적인 중국의 산수화구나 하였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 마치 그림 속에서 내가 봄을 만나고 있는 듯하여 좋다. 그래서 가끔 사진으로라도 꺼내 보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산수화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그림이 시가 되고 시가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마원의 그림에 적힌 두줄의 글귀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소매에 닿은 들꽃이 많아 저절로 춤을 추게 한다는 글귀가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왜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지를 못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马远(活动于1190-1224)是南宋著名的画院名家,所画的山水多简括而清润,影响后人甚深。
마원(1190년~1224년 활동)은 남송의 저명한 화원화가로서 그린 그림이 산수가 많은데 간결하면서도 개괄적이고 맑고 부드러우며, 후세에 매우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그림을 다시 꺼내보게 된 동기가 정은 작가님의 묵墨이라는 글을 보고였다. 그래 난 왜 여지 것 묵향을 잊고 살았을까 하며 꺼내본 이 그림은 먹을 많이 쓰지는 않았는 정교하게도 그 마음을 보여주고 선이 너무도 풍부해 가벼운 안개에서 좋은 감화를 받은 듯 담묵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봄이면 산이 윤책해지고 봄빛이 술이 되어 취한 듯한 문인의 표정까지 살아있어 좋다.

마원.jpg




觸袖野花多自舞(촉수 야화 다자 무) 소매에 닿은 들꽃이 많아 저절로 춤추는데

避人幽鳥不成啼(피 인유 조 불성제) 사람을 피하는 그윽한 새는 울지를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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