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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ug 08. 2016

尺牘(척독) -1- 글벗에게

척독은 짧게 쓴 편지글

향기로운 안개는

제 무게로 산꽃을 떨어뜨리고

바람은 새 처럼 바쁘기만 하다.


삼복의 뜨거움이야

처마 앞까지 타고오고

기대 선 은행나무가 쉬고 있다.


바다밭에는

파도만이 고랑을 채우고

낮은 날개 새는 앉지 못 하였다.



손 편지를 쓰고 싶을 때가 많아졌다. 소중한 순간을 추억되게 만들어주는 많은 이들에게 깨악처럼 작은 글씨로 하얀 종이를 가득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어쩌면 이 공간이 내게 주는 향기로운 꽃밭같은 것이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일년이 넘게 나의 일상은 이 공간에서 멈춰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이곳에 들러 짧은 글꽃들을 만나고 순식간에 수십편 혹은 수백편의 글꽃들을 만나고 그 꽃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벗이 되었고 벗들의 글꽃 하나하나에 나는 정성 것 물을 주듯이 내 느낌의 글을 쓴다. 때로는 이슬 같은 눈물이 맺히기도하고 때로는 온 얼굴 가득 미소가 마치 엷은 종이에 떨어진 물 처럼 그렇게 번져만 가는 아침을 선물해 주는 내 벗들에게 늘 감사를 한다. 내가 글꽃으로 선물을 할 때의 그 느낌이 온전히 나만의 행복이 아님을 알았을 때 멈추면 안되는 것이구나. 정 줄 사람이 없다면 다시 또 두번째 글꽃을 선물하면 되는 것이니 쉬지 말아야지 한다.



고전문학의 일 부분인 이 척독은 지금의 엽서와 같은 글이라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아주 짧은 편지글을 말하는데 여행지에서 적는 엽서는 누군가를 머릿속 가득 담고서 펜을 꾹꾹 눌러서 안부를 전하는 것이니 내가 글벗들에게 이 글을 쓰려는 것이 비단 글꽃 선물과 다르지 않을음 느끼며 쓴다.


가랑비를 피해서 어서 빨리 오게
벗 사이에 모이고 흩어지는 일은 변화가 무상하다네.
이런 모임을 어찌 자주 하겠는가?
뿔뿔이 흩어진 뒤에는 후회한들 소용없으리.

허균이 이재영에게 보낸 척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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