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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by 한천군작가

팔월 소나기 맑은 바람이려나

발등을 스치는 것이 어제와 달라

졸음 겨운 강아지만 게으르고


하얗게 젖은 화분 곁에도

빗소리 들으려 하지만

재잘대는 소리만 들었다니


개꼬리 닮은 조가 흔들리고

참새가 박꽃 곁에서

언제 채갈까 눈치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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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도 이제 중순으로 들어서려 한다. 하기사 두 번의 복날이 지났으니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내가 이상한 것이겠지 한다. 이제 곧 처서가 올 것이고 길어지는 밤을 의식이라도 하 듯이 긴 밤을 책과 함께 쓸쓸하겠지.

팔월은 매년 그렇게 지나가는 듯하다. 찌는 듯 더운 날씨 속에서 눈을 가렵게 만드는 땀, 때론 따갑게 만드는 땀과의 실랑이 사이로 9월이 와 버렸으니 서른 하루가 짧게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담장 아래서 익어가는 무화과를 바라보다 하나 꺾으면 하얀 즙이 주르르 진득거리지만 이것이 팔월에만 만날 수 있는 진득거림이니 미소를 머금는다. 마치 젖동냥 나온 어미가 눈물로 흘리던 그 시절의 한 방울 젖처럼 무화과는 자신을 꺾어 하얀 젖을 토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선뜻 입으로 가져가지를 못한다. 그리고 혼잣말로 "이래서 사 먹어야 해" 한다.

하지만 사 먹으면 이런 감정이 솟아날까? 나는 이런 작은 감정들이 좋다. 마치 자연이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아서 좋다. 그래서 짧게 느껴지는 팔월이 좋다. 비록 피부가 타 들어가는 듯이 따가운 햇살이 힘들게 만들어도 팔월에만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감성이기에 참으며 좋아한다. 내일이면 다시 뜨거워질지라도... 내일이면 다시 그늘을 찾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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