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触动(촉동)

(심정·추억 따위를) 불러일으키다.

by 한천군작가

북두성 낮은 걸음에

기러기 놀랐는가

쉬 나르지 못하는 것은

찌르레기 울음 때문인가

가버린절 때문인가

아쉬워 저리도 우는 것일까

가을에 내리는 바람도

기러기 잡으려

가버린 계절도 잡지 못했다.


어느덧 계절은 힘 없이 고개 숙여버린 여름을 토닥여주며 세상을 또 다른 색으로 물들이는 계절이 오고 그 사이로 불쑥 솟아오른 추억이 많아 어지러워한다. 가을은 참 아름다운 계절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래서 좋은데... 그런데 추억이 너무 많아서 아린 계절이라 낙엽으로 덮어주고픈 계절이기도 하다.

추억이 많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물음에 답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마도 그 행복을 다시 만날 수 없기에 답을 하지 못하는지도 모를 일.

milky-way-1427210_1280.jpg

옥상에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는 재미에 빠졌다.

간간이 떨어지는 유성을 보고도 쉽사리 소원을 빌지도 못하면서 아니 어쩌면 그 소원이란 것이 뻔하기에 빌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짜잔..."

"옥상이 있었네"

"내가 이거 보여주려고 당신 퇴근을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이게 뭐"

"이제 아지트가 생겼잖아."

"아지트?"

"응 여기다 의자 두 개 놓자"

"하하하 그러니까 의자 두 개 놓고 밤이면 여기 올라와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뭐 그러자고"

"빙고"

그날 이후로 나에게 생긴 작은 습관이 누워서 별을 보는 것이다. 혼자 웃으면서.

비 오는 날이면 놓아둔 의자에 비 맞을까 치워두기도 한다. 이런 추억이 많으면 아픈 것일까?

아마도 아프지 않다는 거짓일 것이다. 아프니까.


chrysanthemum-998364_1280.jpg

계절이 바뀌면 들에도 길가에도 국화가 많이도 필 것이다.

약국 앞 화분에는 벌써 국화가 키가 많이 컸다. 편의점 앞에도 무성한 국화가 더위를 피하고 있는 걸 보니 곧 계절이 바뀔 것인가 보다.

"나 국화축제 가고 싶어"

"어 가자"

"언제?"

"밤에는 몇 시까지 하는지 알아볼게"

"싫어. 낮에 가야 꽃이 이쁘단 말이야"

"쉬는 날이 다르니 낮은 힘들잖아"

"그럼 안 갈 거야"

그렇게 둘이서는 국화축제를 가 본 적이 없다. 가장 미안한 것이 그 흔한 휴일을 함께 한 적이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이 아직도 나를 아프게 만든다.

"그거 알아. 나 이제는 휴일에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데..."

하지만 이젠 혼자이기에 혼잣말만 할 뿐이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국화가 피는 것도 슬프고, 코스모스가 들판을 빼곡하게 매우는 것도 슬프게만 느껴진다.

아주 오랫동안은 그럴 것 같다.

지갑 속 작은 사진을 꺼내 보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