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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by 한천군작가

사랑한다.

세상 가장 행복한 이 한 마디

사랑한다.

세상 가장 슬픈 한마디...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설렘이 있었는가.

정작 하지 못하였더라도 그 후에 그 말이 얼마나 슬프게 입가에 맺혀 있었는가.

마치 노래 가사처럼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던 때가 혹 있지 않았는가?

흔한 게 사랑이라지만
나는 그런 사랑 원하지 않아
바라만 봐도 괜히 그냥 좋은 그런 사랑이 나는 좋아.
변한 건 세상이라지만
우리 사랑 이대로 간직하며
먼 훗날 함께 마주 앉아 둘이 얘기할 수 있으면 좋아
어둠이 내려와 거리를 떠돌며 부는 바람에 내 모든 걸 맡길 텐데
한순간 그렇게 쉽사리 살아도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해

어둠이 내려와 거리를 떠돌며 부는 바람에 내 모든 걸 맡길 텐데
한순가 그렇게 쉽사리 살아도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해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해

김동환의 묻어버린 아픔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음악을 들으며 싱크대 쪽으로 그리고 거실 청소를 하는 것이 나의 하루 중 마지막이다. 청소를 하다 멈칫하며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88년 올림픽이 있던 그해.

그날 밤도 어김없이 강변을 걸었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내 귓가에 들려온 노래만 기억이 난다. 기억할까? 이어폰을 둘이 하나씩 나눠 끼고 뭔가를 조잘거리며 웃고 하며 걸었던 그때 내 눈은 하나만 보고 있었고 내 마음은 달리기를 막 끝낸 것처럼 뛰고 있었지만 나의 머리는 이 노래를 듣고 기억하려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문득 내 머리가 말을 한다. 이 노래 알지 하고...

그때는 길거리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노래다. 그 시절에는 손수레에 테이프를 팔기 위해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누군가 때문에 나는 김동환의 1집을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다녔다. 그리고 가끔 진주 엘 가면 그 길을 나도 모르게 걷다 온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걷게 만든다.


사랑한다는 말은 붉은 장미가 피어나듯이 향기 너무 짙다. 그 향기가 몸에 베어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베어 든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는데 그냥 향긋한 행기로만 알았다. 하지만 왜 그 말을 해야 하는지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마치 동백꽃이 그 모습 그대로 땅에 떨어지 듯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을 때 비로소 왜 그 한마디를 하지 못했을까 한다.

사랑을 하고 있을 때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행복하게 들리고 가슴 떨림에 어쩔 줄 몰라한다.

하지만 그 사랑이 가 버리고 나면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 혼잣말로 하기에 가장 아픈 단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리 사랑한다 라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 말을 많이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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