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말을 한다면
어찌할까요.
추억이 말을 걸어온다면
어찌할까요.
놓았던 지난 일들을
다시 돌려달라고
잊으려 했던 그날을
다시 돌려달라고
말하지 않기에
그리워하는 마음 이해하지 못할까
말 걸어오지 않는다고
달빛에서도 옥빛을 찾지 못할까.
평소에는 달을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도심 속에서 저 홀로 천천히 떠 내려가는 달을 보기 위해 시간을 내기란 어렵다는 것이 어쩌면 바른 말일 것이다. 하지만 늦은 저녁을 먹고 다가선 갯바위에서 바라보는 달은 분명 저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게 느껴진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수없이 많은 별들을 이끌고 조각배처럼 그렇게 떠다니는 것이 맑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바라봐야 할 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롯이 달만 볼 때가 좋다.
아주 어렸을 적에 달을 보며 정말 달에는 토끼가 살까 하며 아버지를 귀찮게 했었고 조금 커서는 암스트롱이 달에 다녀온 것을 보며 시시하게 아무것도 없잖아 하였다. 하지만 그 시시함이 고운 추억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사춘기를 막 지난 나이였다. 두 살 많은 흔히 말하는 동네 누나와 매일 밤 우리 둘 만의 아지트에서 나란히 누워 하늘을 보며 시를 읽고 달을 보며 달콤했던 추억이 달을 보면 떠 오른다. 순수함이란 이런 것일까?
두 짝 대문 다 열었더니
너는 들어오지 않고
하늘 높이 솟아 올라
비단 피륙만 드리우네
김남조 님의 달밤 중
그 시절 누나가 좋아했던 김남조 님의 달밤이며 겨울바다며 외우고 나가서는 나란히 누워 그 시들을 읊어주며 어깨 힘을 넣었던 그 시절...
살며 그리운 것이 무엇인가 말하라면 나는 이 소소한 추억이라고 말을 할 것이다.
실개천이 바다가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처럼 내 소소한 추억이 모여서 나를 만들었으니 나는 추억에게 감사를 한다.
사람아
아무러면 어때
땅 위에
그림자 눕듯이
그림자 위에 바람 엎디듯이
바람 위에 검은 강
밤이면 어때
안 보이면 어때
바다 밑 더 파이고
물이 한참 불어난들
하늘 위 그 하늘에
기러기떼 끼럭끼럭 날아가거나
혹여는 날아옴이
안 보이면 어때
이별이면 어때
해와 달이 따로 가면 어때
못 만나면 어때
한 가지
서녘으로
서녘으로
감기는 걸
김남조 님의 서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