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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5-

by 한천군작가

1.
흐느적거림이 아닌
바람도 아닌
그렇게 세상이었다.

2.
자유를 갈망한다

3.
소스라치는 산
놀라 멈춰버린 바람
산은 아랫도리를 감춘다

4.
딱딱딱
둔부를 후려치는 소리
세상을 깨우는 소리
목어가 바람을 잡고 있다

* 목어 : 절에 가면 볼 수 있는 나무로 만든 잉어 형상의 북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좋다. 내가 오르려 하면 한 없이 너른 가슴으로 품어주고 그 품에서 만나는 작은 산사는 목마른 새의 목을 축여주는 옹달샘 같은 곳이 있어 더 좋다.

산을 찾는 것은 주치의의 권유로 시작을 하였다. 너무 높은 산은 피하고 낮은 산부터 시작해서 근력을 쌓으라는 말에 말 잘 듣는 학생처럼 그렇게 하기를 이제 5년 여가 지났다. 그리고 산을 오르며 언제부턴가 글이 아닌 곳으로 다니길 좋아했고 그 길이 아닌 곳에서는 수줍은 새색시들을 많이 만낤 있어 좋았다. 그랬다 처음은 운동삼아 하라는 말에 시작점과 종점을 연결하는 하나같이 동일한 동선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생기면서부터 꽃을 보기 위해 길 옆을 서성이다 이제는 길이 아닌 곳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심마니가 심을 찾으려고 힘든 비탈길을 오르는 것처럼 내가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 멀리 산사가 보이면 다시 길을 이용해 산사에서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둘러보는 재미에 빠진 것이다.

산은 바다보다 좋다. 낚시 관련 일을 하는 내게는 바다가 더 좋아야 정상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산이 더 좋아졌다. 물론 바다에도 꽃은 피지만 산처럼 그렇게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夜伴林僧宿(야반임승숙)
重雲濕草衣(중운습초의)
巖扉開晩日(암비개만일)
棲鳥始驚飛(서조시경비)

밤 되어 스님하고 함께 잤더니
짙은 구름 무명옷을 적시었구나.
해 늦어 사립문을 여는 소리에
잠든 새가 그때야 놀라 날았네.

조선 중기의 명사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

이 시는 백호 임제 선생이 작은 산사를 찾았고 그곳에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하룻밤 묵어가며 쓴 시다.

짙은 구름이 산을 둘러 시간을 멈추게 하여 늦잠을 잤다는 이 시가 참 좋다.

어쩌면 그곳과 세상은 다른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나는 꽃으로 산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산 덕에 이렇게 산사가 그리운 날이 많아졌다. 간혹 산행이 아닌 여행을 할 때에도 목적지에 있는 유명 사찰은 꼭 다니는 습관이 생긴 것도 어쩌면 건강 때문에 시작한 산행 덕이 아닐까.

오늘도 어느 작은 산사가 그립다. 소나기 지나간 창가에서 그 그리움에 젖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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