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편-
1.
간다는 말인가 만다는 말인가
오늘이란 말인가 낼이란 말인가
달력 장 찢어지는 마음 내 마음인데
내리는 눈은 왜 저리도 슬피 우는가
2.
해는 지라고 있는 것인가
서산은 해를 위한 것인가
떠나는 마음이야 어련하리요만은
깊은 정 가슴에 심어놓고
정녕 가고파 가는 것인가
저렇게 또 새벽이 오는데
저렇게 다른 해가 떠오르는데
변해버린 마음 돌아 서는 마음
노을로 슬피 우는구나
3.
세월이야 내가 알랴 네가 알리요
가면 그만인 것을 모르지 않는데
너마저 간다 하니 강물도 따라가니
세상 홀로 나를 두고 떠나는구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정선을 처음 찾은 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 가방을 들고 달려간 곳이 정선이었다.
정선군 신동읍의 새비재의 소나무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즉흥적이다. 그리고 그곳에도 나만의 타임캡슐을 묻어야지 하였는데 그만 마음에 담고 말았다.
1993년 여름은 그렇게 가슴으로 담아두어야만 하는 때라 여겼기에 수많은 편지들을 다시 가방에 담아 와야만 했다. 버리기엔 너무도 아파 분명 후회하리라 여겼기에 버릴 수 없이 가방에 넣고 비탈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만이 야속하다고 느꼈던 그곳. 그리고 캐나다로 떠나기 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그곳을 찾았다. 변한 것이라고는 나무 주위로 울타리가 생겼다는 것만 빼곤 변하지 않았다. 그 울타리가 마치 세상과 나를 분리시키는 가로막처럼 느껴진 것은 아마도 마음이었겠지 하며 두 번 세 번 뒤 돌아보며 내려온 기억이 마지막 정선에 대한 기억이다.
물론 정선아리랑이란 시 중에서 이별 편을 가장 먼저 썼는데 왜 가장 나중에 꺼낸 것일까. 그것 역시 그해 초 여름에 그 소나무 아래에서 쓴 시라 그 시간에 묶어 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 행복하길 빌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랑한 게 아니에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 남한테 시집 좀 가면 어때요?
영화 속 그녀(전지현)의 대사 중
우연이란 노력한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
이별 역시 우연이 만들어 주는 아픔이다.
우연은 소리 없이 다가와서 잔잔하기만 한 호수에 물수제비를 뜨는 것과 같이 그 여운이 마치 둥근 원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넓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우연이 필연이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언젠가 그 우연으로 호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자맥질을 하고 있을 나를 발견하기 전에는 필연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인연도 그러했다.
좋은 인연도 잊히기 마련이며 싫은 인연도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목숨줄 만큼 질긴 인연이라는 말처럼 가슴속에 깊이 박힌, 뽑을 수 없는 못이 되어 버린 인연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감추고 살아간다. 그러다 무뎌지기도 하지만 결코 뽑을 수 없기에 단념을 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운명이 주는 아픔을 하나쯤 가슴에 박아두고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자유로이 뽑을 수 있을까?
단지 이별이라는 그 단어가 주는 우울함과 슬픔이 아닌 그 보다 더 깊은 곳에 암전의 침묵을 함께 갈무리할 수 있을 때 나 역시 세상과 침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전 이렇게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너무 우연이라고요?
우연이란 노력한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랍니다.
영화 속 견우(차태현)의 마지막 내레이션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