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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Nov 04. 2016

같은 하늘 아래 -3-

詩와 음악과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하늘이 너울지고
커피 향이 식어 가는
비 오는 날
유리창에는
비가 이마를 대고
지금
그리운 사람 은
벌거숭이 바다에 누워 있는데
내 눈물 속에 살고 있는 하늘은 
그대 하늘인데
같은 하늘 아래 있는 
나는
향기 남은 추억이
꽃처럼 피어나고
저기 바다에 걸린 하늘은
지상의 내가 볼 수 있는
당신의 하늘입니다.


존재와 존재하지 않음의 차이는 기억하고 기억하지 못하고의 차이인 것 같다.

하나의 대상에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그 대상에 대한 기억까지 사라질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

인간의 뇌가 가진 가장 노련함이 바로 기억이라는 아름다운 기능이 아닐까. 그 노련함에 때로는 슬프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우리가 감내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하나의 대상이 사라지고 없어도 그 대상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을 간직한 대상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기억이다. 그러니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가슴 아픈 기억일지라도...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누군가를 기억 속에서만 간직하고 있는가?

후자는 그렇다 일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이 세상 떠날 때 아름답게 스쳐 지난다면 우리는 잘 간직하고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은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으나, 추억은 남아 절대 떠나가지 않는다.

생트 뵈브(Sainte-Beuve)


초등학교(나는 국민학교 세대라 이 단어가 어색하다) 동창들과 만나면 그 시절 그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흰머리가 성성하고 주름이 생겼을지라도 내 눈에 비치는 모습은 그 시절 개구쟁이 혹은 새침데기로 기억되고 있다.

이처럼 기억은 이기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기억하고자 하는 것만 기억을 하려고 하니 말이다.

첫사랑은 어떤가?

그 시절 고운 얼굴 그대로 기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련한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그 환상이 깨진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나는 절대 아니야라고 말을 하던 주변 사람들도 동창회 혹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고 나면  그 환상이 깨졌다고 말들을 한다.

 그래도 그립다.

가끔 고향엘 다녀오면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사진 속 저 다리를 지나서 우회전하면 시외버스 터미널이다. 나는 아직 잠깐의 운전 이외에는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잘 이용한다. 이제는 대중교통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특히 장거리를 다닐 때면 더욱 그렇다.

내 기억 속에 가장 뚜렷한 장소를 들라면 아마도 저기 저 다리가 아닐까.

매일 밤 저 다리를 걸었으니 그도 그럴법하다. 하고 많은 장소 중 왜 하필 다리냐고 묻는다면 늘 저 다리를 건너야만 그 사람의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며칠 전 본가에서 아버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사람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께서 끓여준 미역국 생각이 아직도 난답니다"

"허허 그래."

"네"

"그런데 그걸 어찌 알아?"

미소만 지어 보였다.

"참 많이 이뻐하셨잖아요."

"그랬지. 지금도 아가씨들이 반바지 입은 것 보면 그 녀석 생각이 나는걸. 그리고 너 군대 가 있을 때 너도 없는데 살뜰하게 우릴 대했었지. 네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참 고생 많이 했었는데..."

그렇게 말 끝을 흐리시고는 담배를 피우셨다. 그리고 한 동안 뒷마당 쪽에 시선을 두고 계셨다.

그 사람은 아직도 나 이외의 사람에게 그렇게 예쁘게 기억되고 있었다.

나만의 기억이 아니었다. 가족의 기억이 되어 있었다.

추억은 식물과 같다.
어느 쪽이나 싱싱할 때 심어두지 않으면
뿌리박지 못하는 것이니,
우리는 싱싱한 젊음 속에서 싱싱한 일들을
남겨 놓지 않으면 안 된다.

생트 뵈브(Sainte-Be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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