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Oct 31. 2016

같은 하늘 아래 -2-

詩와 음악과 이야기

삶에서 아파하는 모습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아직도 눈물이 남은 대지는
시린 그리움 風雨(풍우)되어 
날리고,
적시고,
믿음이 가라앉은 곳에서
하늘은 올려 봅니다
저기 어느 곳에 함께 숨 쉴
그대 하늘도
나와 같은 하늘 아래인데
마음은 불붙어만 갑니다.


가끔 고향을 가면 나도 모르게 걷는 길이 있다. 이젠 너무 많이 바뀌어서 여긴가 하지만 그래도 몸이 기억하는 그 길은 늘 기분 좋은 길이다. 

시원한 강바람이 나를 따라 걷고 있으니 한 겨울이라 하여도 나는 싫지가 않다.

얼마 전 진주 엘 들렀다가 실망을 하고 말았다. 남강변에 있던 건물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추억여행이라는 간판이 크게 붙어 있던 건물이 사라졌다. 음악이 듣고 싶으면 그곳엘 들렀고 그곳에 있는 뮤직박스를 내가 주인인양 들어가 곡을 선곡하고 들려주며 나도 조용히 눈 감고 들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곳은 90년대 초반까지 건너편에서 빨간 풍선이라는 음악다방을 하던 분께서 그 음악실을 그곳으로 옮겨 놓고 장사를 하는 곳이었다. 얼마 전까지 커피가 아닌 주류를 판매하는 곳으로 바뀌었지만 그 음악실은 그대로 있어서 좋은 곳이었는데... 

가늘게 흩날리던 추억 한 자락이 사라지는 느낌은 정말 아프다.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찾았을 때 그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은 사라져도 추억은 그 자리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으니 다행이다 했었다.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이십여 년의 시간이 지난 후라고 하기엔 너무도 가까운 느낌은 아마도 가슴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움은 제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는 것이 보고픔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이곳을 처음 와 봤다니 하는 말이 스스로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지금도 이 철길로 기차가 다닐까? 아마도 아닌가 보다. 한동안 철길을 따라 걸었는데도 기적소리 한 번 울리지 않는 것이 아마도 이제는 다니지 않나 보다. 하긴 이 길을 따라가면 레일바이크가 새로 생겼다고 하니 그렇겠지 하는 싱거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간다. 삶이라는 것도 이렇게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분명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혼자 또 미소를 지었다.

만약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을 해 본다.

아무런 바람이 없다 그냥 아주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 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와 살아도 보고 싶다.

사선을 넘나들었던 그때에 가장 소원인 것이 그 사람과 일주일만 살아 봤으면 했었던 때가 있었다. 물론 간호사 킴의 권유로 만들어 낸 소망이었지만 그것이 가슴속에서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뭐든 하고 싶은 것을 떠 올려라. 그리고 그것을 향해 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라. 그래야 이것을 견뎌낼 수 있다"라는 킴의 말에 나도 모르게 가느다란 그 실을 온몸으로 감아 들였는지도 모른다. 킴의 그 말 이전에는 살아야지 라는 마음을 먹지를 못했다. 28일간 함께 했었던 알렉산더가 차가운 몸으로 병실을 나설 때에도 나는 나도곧 저렇게 식어가겠지 라는 절망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킴의 그 한마디가 나를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그 소망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내게 두 번째 시간을 선물로 준 의사보다는 두 번째 시간을 손으로 움켜쥘 수 있게 만들어준 킴에게 더 많이 감사를 하고 있다. 


나 이렇게 울지만 슬프지는 않아요 
언젠가는 그 날이 다시 돌아오는데 
떠나가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하나요 
우리들의 사랑이 멀어지고 있는데 

이젠 사랑할 수 없어요 차라리 웃어봐야지 
그러나 그대 뺨에 흐르는 눈물은 어이 하나 
흔들리는 이 마음 난 어떻게 하나요 
우리들의 사랑이 멀어지고 있는데

전영록의 그대 뺨에 흐르는 눈물.

https://youtu.be/X5tD67JPRYk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하늘 아래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