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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Nov 08. 2016

같은 하늘 아래 -4-

詩와 음악과 이야기

다시 만지고 싶은
하늘이 있습니다.
언제 다시 볼지 몰라
말라버린 눈빛이
젖어 오는지도 모르는 하늘
그대 부르길 기다리는
같은 하늘 아래에게
다시 올 수 없는지요....


무전기 속을 뚫고 나오는 숨이 찬 듯한 목소리로 "이상원 씨 리허설 준비! 2분 전"이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무대 뒤 대기실로 그를 호출하러 간다. 어둠 속 한줄기 빛을 따라가는 좁은 길에서도 공연용 큐시트가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이상원 씨 1분 전입니다. 다리는 좀 어때요?"라는 말에 환하에 웃으며 그가 말한다. "네 약 기운이 돌아서 괜찮아요" 라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를 보며 그래 프로구나 하며 그를 부축하다시피 하며 무대로 향한다. 

무대 위에서는 "우린 아직 이별이 뭔지 몰라..."라는 이승철의 마지막 가사가 나오고 있었고 이상원 씨는 좀 전보다는 온화한 표정으로 무대를 향해 퇴장하는 이상원 씨를 보며 큐 사인을 기다린다.

심장이 뛰는 듯한 인트로가 시작되고 그에게 사인을 하자 그는 달려 나간다. 언제 발목이 아팠냐는 듯이 그는 무대로 뛰어가고 강렬한 전주를 뚫고 함성이 들려온다.

나는 알았어 우리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느꼈어 우리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하늘에 떠있는 구름처럼 이 마음설레이네
바람에 입 맞춘 꽃잎처럼 그 모습 아름다워
그대 있음에 어제의 모든 슬픔 사라져 가고
그대 있음에 내일에 모든 꿈이 되살아나네

이상원의 탄생 가사 중에서

그렇게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제사 의자에 앉았다.

1989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그날의 공연이 영사기에 필름을 이어주고 어둠 속으로 밝은 빛줄기가 스크린에 닿아 보여주는 흑백영화처럼 생생하게 보이는 듯하다. 공연 전 매일 밤을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시내를 어슬렁거리고 늦은 새벽에서야 그 일이 끝이 나는데도 그 사람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마치 자기 일인 듯이 그렇게 늘 밝았다.

이승철, 이상원, 유열, 박중래 등이 출연하는 공연을 기획한 선배의 일을 거들어 주는 것이라 어린 나이에도 가슴 뛰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내게는 "부웅 빵"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한 공연이었으니 말이다.

공연 준비를 하기 위해 승합차를 타고 다녔는데 출발과 함께 옆 차를 받아버렸기에 그런 별명이 생겼었다. 

하지만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청춘의 시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동하의 공연 포스터를 보다 문득 그 시절이 떠 올랐다.

지금도 저 공연을 위해 젊은 피가 끓고 있겠지 하며 나는 그날의 하늘을 떠 올려본다. 아득하기만 한 그 하늘을...


https://youtu.be/O0ouTnLce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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