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冬(초동)

by 한천군작가

시간은 퇴색되기 마련이다

지는 낙엽처럼

말라버린 저 나뭇잎도

푸르렀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바람이 부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이미 움직인 마음을

어찌 말리며 멈출까.


지는 해를 보며 또 한 해를 보내려 준비를 한다. 늘 새로운 아침을 만나면서도 새로운 해를 만나기 전에는 설렘보다는 후회가 많은 것은 그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 버려서일 것이다.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지만 그 속에서 뭔가를 더 이루고 싶어 하는 욕심을 채우지 못한 후회일 것이다. 이렇게 가는 해를 보고 또 오는 해를 맞이하며 우린 또 다른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계획이란 것을 세울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서점에서 2017년 다이어리를 보며 또 한 권을 사야 하는가 라는 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첫 장에다 무엇이라고 쓸까를 고민하다 내려놓았다. 늘 이맘때면 자동차 회사에서 주는 다이어리를 고맙게 받아 들고 작년 것의 여백들을 찾아가며 나는 메모를 하곤 한다. 새것은 늘 가방 안에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예쁜 것을 보면 또 사는 버릇으로 한해에 네다섯 권의 다이어리를 쓴다. 물론 늘 깨끗한 곳이 많지만... 그도 그럴 것이 작은 수첩을 주머니에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그것을 옮겨 적는 날은 빼곡하게 채워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깨끗하게 다음장으로 넘어가 버리기 일수라 그렇다. 그래서일까 손바닥 크기의 수첩이 더욱 편하다. 메모하기엔 그만이기 때문이다. 뭔가 떠 올라 그것을 적으려 할 때마다 다이어리를 꺼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볼펜 역시 많이 쓰는 편이다.

내년에는 다이어리를 좀 정성껏 적어 봐야겠다. 이것이 나의 내년 목표 중 하나로 자리 잡겠지..

겨울의 초입에서 만나는 느낌에는 설렘이 사라지고 있다. 거리엔 캐럴도 흐르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예전에는 어딜 가도 성탄 캐럴이 흘러나왔는데... 하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열에 여섯은 이어펀을 끼 고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그러니 흘러나오는 캐럴을 누가 듣겠는가 싶다. 아마도 이런 맘이 조금 더 삭막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며칠 전 명동 성당엘 들렀다. 역시나 그곳에서도 캐럴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4000송이의 LED장미가 피어 있어 포근한 맘으로 잠시 쉬었다 왔네요. 덕분에 지하에서 책도 한 권 사고...

이 장미꽃을 보며 우리가 피우는 촛불의 마음도 여기에 담았기를 바라 보기도 하였다.

나는 여전히 거리의 캐럴을 목말라하고 있는가 보다.

추억 속의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걸으며 따뜻한 호빵 하나에 혹은 군고구마에서 서로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만나기도 하였는데 그 속에 흐르는 캐럴은 참 감미로웠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그 길을 내려왔다.

어딘가에는 아직도 그 시절처럼 캐럴이 흐르고 있겠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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