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by 한천군작가

이름 하나가 상처였습니다.

단 세 글자인데

깊이 파인 것이

어제 스친 바람이 새긴

꺼지지 않는 발화로

여전히 타고 있는 이름입니다.

해리 현상을 피해서

곡예를 하듯

기억을 잡고 있는

내속의 발화점이

다시 불타기를 바랍니다.




어릴 적 뜀박질을 하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피가 흐르면 그대로 울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까지 걸어서 갔다.

그리고 할머니를 보자마자 너무도 서럽게 울었고, 그 자리에 호호하며 소독을 하고 빨간약을 발라주시며 박하사탕을 입에 넣어 주시며 "사탕이 달지. 이제 안 하프지. 이 자리에 흉터가 생기면 안 되니까 사탕처럼 달다 생각하고 매일 약 바르면 안 아파요 알았지 내 새끼" 라며 다독여 주셨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여간해선 다치는 일이 없었지만 간혹 칼에 손을 다치는 날이면 밴드를 붙이고 집엘 가면

"내 새끼 이제 다 컸네 이런 것도 다 붙이고"라고 하시면 "내가 앤 줄 알아 할머닌"이라고 답을 하였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손가락의 밴드를 조심스럽게 풀어버리곤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르고 다시 밴드를 붙여 주시고는 박하사탕을 입에 넣어 주셨다.

박하사탕을 보면 그때로 돌아가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싶어 진다.

보고 싶은 마음에 늦은 밤에도 할머니 산소를 찾곤 하는데 꼭 빼먹지 않고 챙겨 가는 것이 환타와 박하사탕이다.

"할머니...."

라고 부르고는 곁에 누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박하사탕을 하나 물고 하늘을 보고 누워 있으면 금방이라도 "아이고 내 새끼" 하시며 쓰담 쓰담해 주실 것 같다.

내 가슴에 깊이 새겨진 첫 번째 흉터다.


4살 되던 해의 어느 날

이것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버린 흉터가 생긴 날이다.

바바리코트를 입은 것을 보면 아마도 가을 즈음됐었나 보다. 조막손에 오백 원짜리 지패를 쥐어주고 다른 한 손에는 누가바를 들려주시고는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알지"라는 말을 남기곤 떠 나신 분.

기억 속 그 한 장면 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의 전부인 어머니.

찾으려고 노력을 하였지만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좌절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찾는 것 역시 포기를 하고 말았다.

가슴이 이억한 두 번째 흉터는 첫 번째 것 보다 더욱 아프게 아직도 여물지 못하고 있다.

얼굴조차도 기억을 하지 못하기에...


22살 되던 해 가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이 얼마나 아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잡을 수 없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보냈고, 입대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꿈속에서 나의 머리를 만지작거리시며 인자하게 잠든 나를 바라보던 할머니의 꿈을 꾼 그날은 종일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났다. 아니 흐느끼길 며칠 직감적으로 할머니께서 떠나셨구나 하며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세 번째가 할머니께서 그 녀석 잘 부탁한다는 말이 아직도 가슴에서 울린다는 그 사람을 떠나보낸 것이었다. 집안의 반대로만 알고 있었던, 그래서 반항의 시간을 보냈던 나의 20대가 아니 그 지옥 같았던 시간들이 큰 흉터가 되었다. 누군가는 팔자 편한 놈이라 여행을 하고 하고 싶은 것 들을 하며 살았구나 라는 말을 참 많이도 하였다.

상처가 덧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잠시도 한 곳에 안주를 하지 않고 떠돌이 집시처럼 그렇게 여러 곳으로 떠 돌아다녔던 20대의 나를 보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했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가슴속의 상처들을 치료하기 위해 언제고 또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나빠져가는 몸을 추스른다.


누구나 가슴속엔 각기 다른 이름의 흉터를 가지고 살아간다. 때론 망각이라는 것이 그 흉터가 있는지도 모르게 살아가게도 하지만 결국엔 그 흉터를 만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좋은 약과 좋은 사람이라는 밴드를 붙이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잊고 살아가는 듯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단지 그 흉터가 무디어져 간다는 것을 느끼며 슬퍼지는 것을 알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언젠가 이 흉터에 새살이 돋아나고 손으로 만져도 모를 정도로 아물고 나면 기억도 사라질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 흉터에 자꾸만 눈이 가게 마련이니까. 대신 그 흉터가 더는 아프지 않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그것이 왜 생겼는지는 기억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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