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나를 읽었나요?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해.
기다려줄래가
기다리고 있어가 되었지만
비우려고 비우려
하나씩 빼 나가던 젠가처럼
무너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는데
기울어있는 맨 아래가
위태롭게 줄을 타고 있다.
하나의 문장처럼
아직 마침표를 못 찍는다.
들켜버린 마음 때문에...
기억이라는 것을 하나 가질 때마다 가슴속은 풍요로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풍요로움이 켜켜이 쌓이다 더 이상 그 기억이 보고 싶지 않아 광의 문을 닫아버린다고 곡식처럼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가끔은 조심성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조심성이 떠나보내기도 혹은 나를 감추기도 한다는 것을 다음, 또 다음의 이별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직면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차츰 조심성을 잃어 가기도 한다.
기억이 추억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추억이 다시 기억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 은 추억을 기억으로 돌리는데 일생을 다 써버리기도 한다. 어리석게도 그 끝에 다다라서야 추억을 기억으로 돌려 잊으려 한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탄식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행복한, 슬픈, 아련한 등의 소소한 기억으로 시작하여 추억을 간직하며 때로는 가혹하리만치 힘들게 추억을 곱게 접어 다시 자신의 기억방에 가두고 보이지 않는 지우개를 들고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이다. 분명 힌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悵望長途不掩扉(창망장도불엄비)
夜深風露濕羅衣(야심풍로습라의)
楊山館裏花千樹(양산관이화천수)
日日看花歸未歸(일일간화귀미귀)
먼 길을 내다보느라 사립문도 닫지 못하고
깊은 밤바람과 이슬에 비단옷은 젖었는데
양산관 속의 온갖 나무에 꽃들이 만발하여
날마다 그 꽃 보느라고 돌아오지 못하시나
寄情(기정) 정을 보내며.
미인 별곡(美人別曲)으로 잘 알려진 조선 전기의 문인이자 서예가인 양사언(楊士彦)의 소실(妾)이 지은 시다.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는 님을 문 열어놓고 기다는 여인의 애절한 마음이 시 전편에 걸쳐 절절하게 흐르고 있다.
양사언의 소실에 대한 문언은 그리 많이 전해지지 않기에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도 보아왔던 그의 시조를 보면 아.. 하며 그분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미인 별곡((美人別曲))이나. 남정가(南征歌)는 잘 모르더라도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를 높다 하더라
이 유명한 시조는 알 것이다. 바로 양사언이 지은 유명한 시조다. 그리고 양사언은 안평대군. 한석봉 등과 겨루는 조선 초기의 명필이기도 하다.
양사언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어머니를 빼놓을 수 없는데 필자는 조선 3대 위대한 어머니 중 한 분으로 꼽고 싶을 정도이기도 하다.
율곡 이이(이이(李珥)의 어머니인 신인선(申仁善) 즉 신사임당(申師任堂)을 먼저 꼽고,
다음으로 한호(韓濩)의 어머니를 다음으로 친다. 한호(韓濩)는 김정희(金正喜)와 더불어 조선 서도의 쌍벽이라 전해지는 한석봉((韓石峰)이다.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일화는 너무 유명하기에 생략을 한다.
마지막으로 양사언(楊士彦)의 어머니를 꼽을 수 있다. 양사언의 어머니는 소실이었지만 그의 아들이 서자임에도 적자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자결을 한 훌륭한 어머니라고 고서에 기록이 되어 있다.
시대적 배경에서 먼저 찾아가지 못함을 그대로 한스럽게 표현한 시가 참 슬프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녀의 마음이 어느 날 나의 마음과 흡사하였기에 그렇지 않을까. 바람이 차갑다고 옷깃을 여민다고 내 속까지 따뜻해질 수 없는 것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