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慶州) 그 길을 걷다.

by 한천군작가

보문정에서


비에 씻긴 보문정은

붉은 낙엽으로 세안을 한 것인가

수련의 잎 사이로 숨은 제 그림자

수줍은 코스모스를 닮아 어릿하다.


잘각잘각 소리 내어 걸으니

수면에 내려앉은 가을 하늘이

잘각거리며 따라오는데

지난밤 함께 걷던 달빛이 그립다.

2016.11.11

한가로움이란 이런 것일까. 무작정 걸을 수 있고 천천히 주변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여유가 가득한 것이 그것이 아닐까. 경주를 유독 사랑하는 이유는 과거로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단한 복장으로 언제든 걸을 수 있고 혹은 자전거를 이용해도 좋다. 특히 가을에는 자전거 타기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보문호 주변을 걷는 것은 참 아름답다 라는 말이 자꾸만 입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보문단지는 1971년 정부에서 수립한 경주 종합개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종합휴양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개발된 보문관광단지는 신라의 역사적 전통과 최첨단의 현대적 시설이 조화를 이루며 조성되어있고, 전 지역이 또한 온천지구 및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보문호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너무도 좋은 곳이다.



주상절리에서


파도는 제 다녀감을 글로 쓰듯

쟁기질처럼 주상절리를 그어대니

굵은 구름도 한 획을 그어

수평선에 앉았다.


보는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쟁기날도 잠기지 않을

간밤의 비에 너를 적시었나

한발 다가설 수밖에 없네.

2016.11.11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에서 만나는 바람은 달랐다. 달고나를 입에 물고 있는 듯 달달하다. 바람이 어떻게 달달해 라고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눈을 감고 바람을 맛보면 분명 달달함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나만 그런지도 모르지만...

주상절리란 지표로 분출한 용암이 낮은 곳으로 흘러 급랭하면서 수축되었는데, 이때 만들어진 육각 또는 오각기둥 모양의 수직 단열을 말한다.

10m가 넘는 정교한 돌기둥들이 1.7㎞에 걸쳐 분포해 있으며, 주름치마, 부채꼴, 꽃봉오리 등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몽돌 길, 야생화길, 등 대길, 데크길 등 해안 환경을 고려한 테마로 1.7㎞에 걸쳐 주상절리 전 구간을 산책할 수 있는 파도소리길이 조성되어 있어 바람과 손 잡고 걷기에 너무도 좋은 곳이다.


운곡 서원에서


은행나무잎 무성하여

하늘을 반쯤 열어놓고

설익은 노란 잎 사이로

햇살이 비스듬해지니

서원의 앞 뜰에는

물기 머금은 잎새가 지천이다.


치마 끄는 소리인가 돌아보니

바람의 비질이었구나

운근(雲根)이 닿은 자리

이끼만 피어있고

떠날까 놓지 못하는 마음이

낙엽마저 냉홍(冷紅)케 하였네.

2016.11.11


오늘은 보고 싶은 것만 보기로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이동 시간이 너무 많았다.

이른 아침 게스트하우스에서 마련해 준 조식을 간단하게 먹고 운곡 서원을 찾았다. 그리고 아직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지 않아 서운한 마음을 감추며 보문호를 산책하고 그리고 정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양남 주상 철리까지 다녀오고 나니 힘에 겹다. 혼잣말로 "누가 이런 식의 코스를 정한 거야"라고 주저리주저리 하며 피식 웃었다.

하루 더 묵었으면 좋겠지만 내일 부산을 가야 하기에 참기로 한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 동안 꼭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오니 이도 그럴싸한 여행인 것 같다.

이번 주말 가까운 곳으로 여행 어떨까요?

2016.11.11일 마산행 기차 안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