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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Nov 14. 2016

두 번째 스물..

비 오는 월요일.

가끔 독립영화를 보러 가는 곳이 있다. 아주 작은 상영관으로 재미있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한때는 나도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내 나이 스물에 몇 번 해 본 생각이었다. 그 시절 공개방송을 기획하고 무대를 전두 지휘하며 든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작은 공개방송에서 하게 될 콩트를 기획하고 원고를 쓰고, 그리고 이것저것 지적질을 하며 나름 어깨에 힘을 주곤 했었던 시기였으니 당연히 그런 거대한 꿈을 꾸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시끌시끌한 극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아주 작은 공간에서 혼자 조용히 볼 수 있는 것을 즐긴다.

일반 극장을 찾으면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간혹 있기에 스스로 피하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 스물..

먼저 제목에서 끌렸다. 

그리고 그 시놉시스를 읽으며 미소를 지었던 영화가 3일 개봉을 하였지만 상영관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가끔 찾는 아주 아담한 극장에서 상영을 한다는 것을 알고는 미리 예약을 하고 오늘에야 봤다.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다. 

가을, 이탈리아  잊지 못할 사랑을 다시 만났다. 마흔 살의 다른 말은 두 번째 스물.

 그 말을 웃어넘겼던 민하 앞에 거짓말처럼 옛사랑 민구가 나타났다
 첫눈에 반했던 만남, 미치도록 뜨거웠던 연애 그리고 엇갈림 속 맞이했던 이별…
 
 두 번째 스물에 찾아온 운명 같은 재회와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 여행을 함께하게 된 두 사람

이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두 주인공의 입을 통해 쏟아진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로맨틱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카라바조의 그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들어 주기에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극 중 여자 주인공인 민하는 안과의사이지만 그림 앞에서만은 마치 미술관의 도슨트 같았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민구는 고전문학에 능하다. 물론 극 중 인물이 영화감독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저 정도의 해박함을 가지려면 존재하는 수많은 고전들을 모두 읽지 않으면 어려울 거야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말한다.


또 하나의 기분 좋음은 음악이다.

사진 속의 민구가 들고 있는 CD는 클래식 기타 연주자의 것을 눈을 감고 감상을 하고 사게 되는데 극 중 흘러나온 곡이 1970년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 해바라기의 주제곡이란 것이다. 민구가 어릴 적 이 영화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으로 불던 곡이라는 걸,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민하의 속삭임이 좋았다.

내 기억 속의 이 음악은 소피아 로렌이 떠나는 기차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떠 오른다. 어쩌면 이들의 짧은 날들의 이후를 예견하는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볼거리는 아름다운 배경이다. 토리노, 만토바, 제노바, 피렌체, 시에나, 몬탈치노 등 너무도 아름다운 배경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현지 로케를 통해 관객에게 여행의 대리만족을 주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거리와 와하는 감탄사를 주는 명화 감상 그리고 간간히 그 분위기를 아주 잘 블랜딩 한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이다.

왜 박흥식 감독이 김승우와 이태란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어렵고 다소 딱딱하게 들릴 수 있는 미술적인 대사들을 너무도 매끄럽게 소화를 시킬 수 있는 배우들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딸과의 영상 통화에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따끔거림을 느꼈다. 꼬마 소녀 한별의 천진함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이름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 카라바조의 그림으로 오해를 한 소년의 그림은 자신의 아픔을 민하에게 토로할 수 있는 개기가 되는데 자신의 아들 한빛이 말을 못 한다는 이야기를 비행기에서 하게 된다. 이렇듯 명화와 배경으로 눈요기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것들과 흉합을 이루는 것이 박흥식 감독식 영화의 장점이다.

https://youtu.be/hzW4kdl1qKQ


두번째 스물 OST 이문세-옛사랑 색소폰 연주

박광식 색소포니스트 연주입니다.


영화감독 박흥식님은 박광식님의 형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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