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反芻)

by 한천군작가

성근 기억은 곰살맞게도

작은 못 가에서 물장구치는

떨어진 뭇 잎처럼

파문을 크게 만들어버리고

저녁나절 돌아올 노을처럼

반추되어 흩어진다.



반추(反芻) : 지나간 일을 되풀이하여 기억하고 음미함

가느다란 바람이 불고, 익숙한 향기에 고개 돌려 보기도 하는 그런 나른한 초 겨울의 오후에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짙은 향수 같은 그리움이 아닐까?

알 수 없는 실체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불어오면 옷깃을 세우고 여민다. 오랜만에 맛보는 행복함에 꿈일까 하는 불안함마저 감돌지만 꿈이라도 좋은 행복함에 마음이 나른해져 온다. 창밖의 풍경은 어느새 삭막함이 감돌기 시작하였는데 그 앙상해져 가는 가지들의 삭막함이 여느 때의 나였다면 아직 필 시기가 아닌 철없는 꽃과 같이 언제 그 행복이 질까 걱정을 하기도 하게 만드는 계절이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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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속엘 못 들어가고 있다. 남겨진 체향이 날아가 사라질까 조마조마함을 참 오랜만에 느꼈다.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벽시계의 초침은 요란하게도 돌아가 내 귀에 천둥이 치 듯이 나의 시선을 자꾸만 뺏어 갔다. 건전지를 빼 버릴까 라고 아주 저학년적인 발상을 하기도 하였으니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짧은 느낌이었을까 알 수 있다. 너무 떨리면 열이 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브끄러우면 얼굴이 혹은 귀가 빨개지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하지만 고열에 시달리는 것처럼 떨림이 체온을 상승시켰던 오래전 기억처럼 그랬으니.

"당신 가슴이 고장 난 거 확실해요"

"당신도 고장 났나 봐 안 뛰잖아"

스스로 부끄러웠나 보다 가슴이 너무 뛰는 것이 들키니 멋쩍은 말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렇게 기억을 하나 씩 쌓아 올라가다 보면 잃어버린 매듭을 찾아 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오래 살아야겠군 하는 두 마음이 미소를 짓고 있다.

향긋한 햇살이 너무도 좋은 오후 창을 열고 바람을 만지고 있다.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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