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쓰는 편지
이 세상 다녀가며
하나의 이유를 가졌습니다.
그 사람 곁에 나는
남겨진 그림자였다고
안개처럼 내 기억이 흐려질 때
그 하늘도 바래지며 잊겠지
떠나는 것을
그림자로 남겨진 나를
기억하는 이 있을까?
먼 훗날
그 이유를 알 때에는
그저
다녀간 한 사람일 것이다.
떠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곳은...
뜬금없이 예전 가장 힘들었때의 글을 꺼내게 됩니다. 한가닥 남은 기운으로 남기고 싶은 것을 적었던 그때가 슬로모션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그 힘듬을 이겨내게 해 준 것이 여럿 있다. 같은 병실에서 까칠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감싸준 가족 같았던 룸메이트들과 하루하루 나의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 주었던 마리엔 그리고 가장 큰 힘을 준 사람은 단연 그 사람이었다. 가늘게 아주 가는 실처럼 몇 올 남지 않았던 나를 다시 살아야겠다고 힘을 실어준 것은 그 사람이었다.
만약 지금 그 실오라기 같은 끈을 잘라버린다면...
이 모두가 꿈이 되겠지 하는 생각에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동창으로 눈부신 햇살이 내 창에 와서는 조잘거리고 간간히 겨울바람이 똑똑 노크를 하기도 합니다. 물 한 모금에 저는 다시 창가로 가 앉았습니다. 포기라는 것을 하려 할 때 당신은 내 꿈에 찾아와 나를 안아주며 그러셨습니다. "우리 곧 만날 수 있어요 그러니 힘내요"라고 그 말 한마디가 20여 년 세월을 무너뜨렸습니다. 마치 어제일 처럼 그렇게 가깝게 다가왔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약을 꼬박꼬박 먹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날부터였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는 저도 모릅니다. 제 몸속에 자라고 있는 무서운 존재가 때로는 내 몸과 융합이 되어 모든 세포를 흔들어버리기도, 끝없이 꽥꽥거리는 구토를 참고 저는 매일 큰 창이 있는 곳에서 당신이 살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제발 제게도 기적이란 것을 달라고 모든 신에게 빌었습니다. 그 기도의 보답이었을까요. 저는 차츰 빠졌던 체중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고, 먹는 것을 찾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살아가며 꿈 하나가 이렇게 삶 자체를 흔들 줄은 몰랐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당신을 보기 위해 열일곱 시간의 비행시간에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아니 간간히 아직 여물지 않은 내 몸이 호흡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산소호흡기의 힘을 약간씩 빌려가며 그렇게 긴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오로지 단 한번 당신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신도 아실 것입니다. 제가 당신을 만나겠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그래요 저는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바보입니다. 그런 바보에게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만들어 주신 것이 당신이기에 저는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했을 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또다시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많은 길 중에서 서로 엇갈리듯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저는 저를 위로하곤 합니다. 결코 우리는 못 알아보고 스쳐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를 토닥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제게 당신이 왔습니다. 글 한 줄에 저의 심장은 성질도 급하게 뛰었고, 솔직히 호흡이 힘들어 약을 먹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는 그 글 한 줄을 보기 위해 매일이 하루처럼 느껴지며 또 다른 기다림을 만지고 있었습니다.
"잘 살았어? 별로 잘 산 것 같지 않기도 하지만.. 어디가 안 좋았던 거야? 지금은?"라는 짧은 안부글에 저는 수천수만 번의 생각을 하다 결국에는 멋없게 메신저에 답을 하였습니다.
"전화기를 바꾸면서 이제 봤어"라고 더 멋있는 말을 하려고 많은 미사여구를 떠 올렸는데 정작 이렇게 멋없이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아실 것입니다. 거짓을 말한 적이 없어 있는 그대로 말을 하다 보니 이 사람 이렇게 말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25년이라는 세월은 참 길었습니다. 제게는 중3인 딸아이가 있고, 당신에게는 그 시절 우리와 같은 나이의 딸이 있다는 것이 참 세월이 빠르구나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문득문득 드는 마음이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제 몸 어딘가가 고장이 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제가 병들어 있을 때서야 나를 봐주시는지...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저는 여전히 20살이었습니다. 아침까지 메신저로 대화를 하고 다음날이면 서로 피곤하여 기운이 없는데도 사이사이 시간을 쪼개어 예전 그때처럼 당신은 또 저를 챙기고 있습니다. 저는 제게 늘 던지던 그 물에 대한 답을 당신께 들었습니다. 그리고 힘들었던 당신을 떠 올려 봤습니다. 하지만 "왜 나를 믿지 않고 스스로 판단을 한 것이냐. 왜 내가 기다려 달라고 한 그 말을 가슴에 담지 않았느냐"라고 당신을 몰아세웠습니다. 물론 그것이 제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우리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렇게 어려운 선택을 하셨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신.
25년 만에 우리는 만났습니다. 마치 어젯밤 당신의 집 까지 바래다주고 오늘 만난 것처럼 같았습니다. 당신이 61Km 남았다는 뜬금없는 말에 심하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제처럼 서로 안아주며 변하지 않은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나이가 들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나이를 먹지 않았나 봅니다. 20살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서로의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도 그랬습니다. 늘 마주 보고 앉지 않고 늘 나란히 앉아서는 그랬습니다.
"옆에 앉아서 나만 볼 거야"라고 했었던 그때 그 말을 그대로 하며 저를 바라보며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우리에게는 길었던 그 시간이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당신을 바라다 주기 위해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했습니다,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왜 제가 휴게소를 들어가서 쉬자고 했을까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서울까지 갈 동안 당신은 쉬지 않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가 모르고 있을 이야기들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지금도 힘든 것은 한 달 전과 같습니다. 마음속에 감추고 있을 뿐 그것을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여준 것은 정말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긋지긋한 병마와 싸워야 하는 제가 너무도 무기력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자괴감이랄까 그래서 제 몸을 혹사시켰나 봅니다.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분 흔들리면 안 됩니다. 그냥 예전처럼 덮어두고 사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만약 형님 건강에 문제라도 생기면 그분께 또 한 번 큰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깊이 생각을 해 보십시오"라고 본가엘 다녀오는 차 안에서 운전을 대신해 주던 후배가 한 말이 저를 너무도 괴롭혔습니다.
그래요 어쩌면 모르고 살아갔던 그 시간들이 오히려 들 아프지 않았을까? 아니 그것이 우리에게 실보다는 득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저는 제 몸을 혹사하였습니다. 그 후에 제게 돌아올 더욱 힘겨움을 모르면서...
결국 응급실에서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후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시키는 데로 하자. 그리고 살아보자였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저는 오늘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했었다가 아닌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햇살은 유난히도 맑고 초겨울이라고 하기엔 훈훈한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런 날 무엇을 할까요?
우리 그 시절에는 무엇을 하였나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잃어버린 시간에 하지 못한 것을 하나씩 해 보고 싶어 집니다.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
내가
당신을 사랑 함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정작
이유가 있다면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 함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이유가 있다면
그리움이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보고파 함은
사랑이 그리움 되어
멍든 가슴속에서
피어나듯 피어오르는 설렘이
당신에게 다가갈까 해서입니다.
이렇게
별 하나 없는 밤이면
정작
할 말은 많은데 하며
달려도 가보고
전화도 해 보지만
이내
추스른 마음으로
그리워
그리움에 취해
혼자 독백합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매거진 둥지 잃은 새의 눈물이 아플 때 중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