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피드를 거역하다.

by 한천군작가

1.

가슴속 흉터를 숨기려고

슬픔으로 덮었다.

눈물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연속이 아닌 잠깐의 간극으로

연속의 틈을 찾는다.

갈망하기를 포기하며

나는 거역하였다.

큐피드를...


2.

오래된 가로등 불빛은

충분히 희끄무레하다.

딱 그만큼의 밝음만 준다.

마치

더 이상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고

그만의 방어막을 치듯이

큐피드를 거역하고 이다.


2016.11.2 삼천포행 시외버스 안에서



좌 사우사 중언하심(左糸右糸中言下心)은 사모할 련(戀)이 된다.

나상만 님의 소설 혼자 뜨는 달에 나오는 말이다. 일종의 파자인 이 글이 누군가에게 꼭 한번 써먹어야지 했는데 여태껏 이 글을 써먹지를 못했다. 나상만 님의 이 소설은 94년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공존의 히트를 한 책이다.

군대 있을 때 읽은 책이다. 영화 역시 보았지만 원작을 무시한 듯한 느낌이 들어 다 보고 나오지를 않았던 기억이 있다. 소설 속 여주인공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읽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단지 여주인공의 이름 때문이 라니 하며...


사랑은 그랬다. 누군가를 가슴에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씨앗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라 여겼다. 나의 첫사랑은 꽃은 피웠지만 열매를 보지는 못했기에 가끔 아주 가끔은 큐피드가 잠결에 화살을 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또 그렇게 혼자 웃었던 날들이 오래전일이다.


나의 좌우명은 13살 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남자는 아침에 먹은 마음이 저녁까지는 가야 한다" 이것이 좌우명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산다. 아마도 그 첫 마음을 버리지 못해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알까?

내가 늑대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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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사랑을 한다.

늑대는 자신의 암컷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가며 싸운다.

암컷이 먼저 죽으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목청껏 울며 슬픔을 토한다.

그리고 남은 새끼들을 끝까지 책임지며 홀로 기르고 크면 독립을 시키는 유일한 포유류다.

새끼들이 잘 사는 것을 보고 암컷이 죽은 자리로 돌아가 굶어 죽는다고 한다.

오늘 문득 늑대의 슬픈 이야기가 떠 오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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