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marry you.

by 한천군작가

빈 침대를 보며 아침을 맞이 하였다.

마치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창 밖을 보고 있었던 그가 그리운지도 모른다.

삶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꺾이기도 한다는 것을 왜 모르고 살아가는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는 살았을까? 한 동안 그 빈자리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미스터 한"

나의 사랑스러운 꼬맹이 신부가 나의 깊은 생각의 우물에서 건져 준다.

그리고 말없이 꼬마 신부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런 모습이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침대 위로 올라와 내 가슴에 안긴다.

"굿모닝"

이렇게 아침 인사도 빠뜨리지 않고 얼굴을 깊숙이 파묻으며 킁킁거린다.

"미스터 한의 냄새가 좋아"

나는 여전히 말없이 목석이 되어 가만히 있기만 한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작은 신부는 미동도 없는 나를 더욱 강하게 안았고, 나는 작은 신부의 얼굴을 가슴에서 때어내고 그 파란 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와우 미스터 한 신비로운 색을 가졌어요. 눈이 너무"

라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다시 작은 신부의 얼굴을 내 가슴에 묻었다.


나의 아침은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시작을 한다.

매일 아침 먹는 브로콜리와 버섯이 들어간 초록의 죽을 단숨에 마셔버리고 손을 잡고는 산책을 한다.

산책을 하는 내내 작은 신부는 참새가 되어서 계속 빠르게 뭐라고 조잘거리고 나는 가끔씩 미소를 보일 뿐 말없이 함께 걷기만 한다.

가끔 이 작은 신부가 심심할까 봐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만지면 나를 올려보며 까르르 웃는다.

마치 햇살 같은 웃음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소리가 어쩌면 속으로 곪아 있는 그 무엇으로부터 잠시라도 잊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그 손을 다시 꼼지락거린다.

"나조차도 이 병마와 싸우는 것이 힘이 드는데 너는 얼마나 힘이 드니. 내 곁에서만은 아프지 말고 그렇게 밝게 웃어주렴"

나는 늘 그렇게 소원하듯 속으로 이 말을 한다.

혹여라도 작은 신부가 듣기라도 한다면 하는 마음에 더욱 간지럼을 태운다.

까르르


오후 두 시

점심을 먹고 달려왔을 텐데 아직 보이질 않는다.

보이지 않으면 이상한 상상을 하게 마련이다.

혹시

그런 무거운 마음으로 소아병동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미스터 한"

나는 마치 무릎을 때렸을 때 무릎이 툭 하고 튀어 올라가 듯이 그렇게 반사적으로 고개와 몸을 동시에 돌려 아래를 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과 미소가 함께 나오는 것을 느꼈고 나도 모르게 마리엔을 번쩍 안아 올렸다.

"아프면 안 돼 아프지 마"라고 속으로 말을 하며 볼을 비빈다.

"와우 보고 싶었어?"

그래 보고 싶었다 라고 하고 싶었지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날 많이 사랑하는구나"

다시 대답 대신 미소를 짓는다.

How difficult a thing it is, to love, and to be wise, and both at once
사랑한다는 것과 현명하다는 것,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작은 소녀에게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기도 전에 이 소녀는 병원이 세상이고 그 세상 속에서 나를 만난 것인데도 소녀는 밝다. 단 한 번도 찡그린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마리엔의 엄마도 그랬다.

힘들다는 말 한번 하지 않았다고. 아주 강한 아이라고.

내가 알고 있는 작은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마리엔 이 노래 들어 볼래?"

"무슨 노래?"

나는 나의 MP3플레이어를 통해 Jackson 5의 One day I'll marry you를 들려준다.

그리고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와우"

"짜식"

그렇게 둘은 노래를 들으며 어깨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함께 웃는다.

나는 왜 갑자기 이 노래가 떠 올랐을까?

아마도 마리엔이 평소 노래를 부르던 I'll marry you라는 말이 떠 올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녀석은 늘 내게 그 말을 하니까...

Michael Jackson의 앳된 목소리가 흥겹게 흐르고 있다.

창밖에는 벌써 노을이 피어나고 있었고 그 큰 창문 앞에서 우린 음악을 들으며 어깨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주 평화롭게.


https://youtu.be/_AoDo1o-O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