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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Dec 01. 2016

세상 나드리 "시소(See-Saw)"

세상 속 또 다른 일상으로의 초대


이 영화는 삶에 대한 메신저다.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라는 편견을 과감하게 버리게 만드는 아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그런 영화였다.

마치 내가 가진 편견까지도 허물어버린 그리고  철저하게 예상을 빗나가게 했던 영화 "시소(See-Saw)"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데 채널을 돌리다  이동우 씨의 이야기를 보고 아팠다.

결혼한 지 100일도 채 안돼 맞이 한 부부의 비극 그리고 그녀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가슴이 아팠고 또 따뜻했다. 

이혼을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주위의 이야기에 그녀는 이렇게 말을 하였다.

저에게는 그게 사치스러웠어요. 저 사람 나 보다 더 힘들 텐데

저는 그만 이 말에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였을까? 혹은 동질감 같은 것이었을까?

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 그래서 가장이 되어야겠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남편이 더 열심히 일할 것이기에...

사랑이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 사랑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하는 나름의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혼잣말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 시소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야기도 함께...

그때는 그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 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만 이동우라는 사람이 시력을 잃었지만 그는 세상 누구보다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나는 하나를 잃고 나머지 아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분은 오직 하나 남아 있는 것 마저 주려고 합니다.
어떻게 그걸 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근육병 환자인 임재신 씨를 두고 한 이야기였다.

영화는 약간의 알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들여다보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들만의 아주 특별한 여행을 그대로 담고 있는 다큐 형식의 영화다. 물론 잘 짜인 각본에 의한 영화가 아니기에 다소 어색함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주는 메시지는 가슴을 따뜻하게 혹은 가슴을 적시기엔 충분하다.

우연히 이동우 씨의 다큐를 보고 그에게 안구 기증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한다.

이동우 씨의 병명은 망막 색조 변성증이라는 불치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것을 본 임재신 씨는 이렇게 말을 한다.

나에게 남은 5%를 주면, 저 사람 100%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둘은 닮았다.

아홉을 가진 사람이 단 하나 가진 것을 받을 수 있냐고 말을 했던 그와 흡사하다.

영화 시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시소가 아니다. 보는 것(See) 하나밖에 남지 않은 남자와 봤던(Saw) 남자가 서로의 눈이 되고 다리가 되어 여행을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아련함이 감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름다운 동행을 보는 동안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결코 슬픈 영화가 아니다. 아니 슬프다. 하지만 어떤 이의 말처럼 이 영화는 슬퍼서 울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울게 만드는 영화라고 한 말이 떠 올랐다. 보는 내내 그들(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본 적도 느껴 본 적도 없는데 하는 마음에서 나의 치부는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사는 게 그저 별 볼 일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쳐 함께 살아내는 일상의 총합이라는 것. 그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잘 알려진 연예인과 일반인의 삶과 같은 언어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도 영화를 통해 배웠다. 

처음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느 이 글귀 때문에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이 분 역시 나와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봤구나 하는 생각이 76분의 러닝타임 동안 들었다.


나는 과연 내 아이에게 어떤 아빠인가?

나는 나 스스로 블라인드를 쳐 두고 그 뒤에서 아이가 나를 찾기만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아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버랩되어 갔다.

왜 이런 생각을 가졌을까? 영화는 단순하게 두 장애인이 서로의 눈이 되고 발이 되어 떠난 여행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남자는 자식에게 해 준 것보다 못해준 것이 더 많아 아쉽기만 한 진정 아버지의 마음을 가슴에 각인시키기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빠랑 추억이 저도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왜냐면
그런 게 많으면

임재신 씨의 딸이 아빠의 얼굴을 그리며 한 말이다.

아빠
나 지금 뭐 그리는 줄 알아?
나중에 아빠 눈 고치면 할거

이동우 씨의 딸이 그림을 그리며 한 말이다.

참 다행이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말 끝을 흐렸던 , 그리고 훗날을 기약할 줄 아는 작은 소망을 그리는 딸아이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니 또 눈물이 흐른다.

이동우 : 정말 기적처럼 발을 딛고 일어났어. 그럼 어디를 가고 싶어
임재신 : 가고 싶은 데는 없고 내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

이 영화는 우리들 이야기다.

어떻게 세상을 봐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그런 영화다.

이동우 : 언젠가 기회가 되면 
너한테 받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눈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려주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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