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아침 점호 후 새로운 사역 거리가 생겨 육공 트럭에 선탑을 하고는 관사로 향했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작업 병력 네 명과 함께였다.
후~~. 생각만 해도 냄새나는 일 이였다.
관사 쓰레기 처리 작업을 하게 되었다.
매달 두 차례 있는 월중 행사였지만 항상 잘도 빠져나갔었는데 이번엔 잡히고 말았다.
그래도 작업 병이 아닌 게 어디야 하며 관사에 도착했을 때엔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이 마치 산처럼 보였으니 그럴 만도...
작업 지시를 하고는 뒤로 물러나려 하는데 그 보다 더 장난이 심한 녀석이 상민에게 벌레를 - 구더기를 - 잡아서 낚시하실 때 쓰세요 하는 게 아닌가.
"야. 이 미친놈아. 저리 안 치워"
"어때서요. 이거 한 마리면 김 상병님 붕어가 한 마리잖아요. 히히히"
익살을 떨고 있는 녀석에게 빨리 일이나 하라고 하였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육공 트럭 가득 쓰레기를 싣고 쓰레기 처리장으로 향하는데
그 냄새 - 가히 환상 그 자체였다.
눈물이 날 정도의 심한 향기가 나중에는 악취가 아닌 그 냄새에게 적응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것이다.
또 그 냄새가 옷에서 날아가기 까지 2주가 걸렸으니.
상민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었다.
뒤 적재함에 타고 있는 작업 병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도착해서 쓰레기를 차에서 내리는데 그 전에 적재함을 둘러싸고 있는 호루를 삽으로 치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삽시간에 시커먼 비행체가 날아 나가는데 얼마나 많은 파리가 날아 나가는지 모두 놀라 말도 없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곳으로 오는 동안 차 안에서 본 천장의 검은 색이 후루가 아니라
파리였다니....
위~~~~ 이~~~~~잉 하며 편대를 이끌고 비행하는 파리를 넋이 나간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업을 하게 되었고 아니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니 상민을 반기는 얼굴이 위병에 나와 있었다.
토요일이니 누가 면회를 왔나 보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바로 악명 높은 독사였다.
한쪽 어깨에다 낚시 가방을 메고서 뿌리를 뽑을 요량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지금이 몇 시야. 12시 전에 온다고 해서 여기서 내가 두 시간을 기다렸잖아."
운전병에게 하는 말 이였다.
운전병이 무슨 죄가 있다고....
원래 성미 급한 독사라고 생각하며 그를 따라 나섰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느껴보는 문명 상황이냐.
카본 낚싯대, 오동나무 찌, 대나무 낚싯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아주 좋은
것 이였다.
낚싯대를 펼치자마자 입질을 하기 시작했고, 좀 과장되었지만 그래도 정신없이 잡아내고 있었다.
이건 진짜 붕어들의 운동회 장에 낚싯대를 드리운 광경 이였다.
독사와 익살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둘은 번 갈아가며 바라보고 웃고, 잡아내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워낙 들풀이 무성해서 울타리 밖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으니 둘은 그 평온함 속에 일상을 잃어버리고 군인이란 사실도 망각하고는 그렇게 즐기고 있는데
누군가 상민의 어깨를 뭔가로 툭툭 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 돌렸을 때 그만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치고 싶었다.
눈앞에는 연대장님께서 짧은 지휘봉을 손에다 톡톡 거리며 서 계시는 것이 아닌가.
"주임상사님..."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지만 주임상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한마디 던지다 놀라 일어섰다.
"야~ 지금 찌가 심상치 않은데 왜 그래... 헉... 필성"
"음. 잘 낚이는가"
"네. 그렇습니다."
아니 하필 이때 네 그렇습니다가 웬 말인가. 죽었구나.
이번엔 군기 교육대가 아니라 영창 가는구나 하는데 이게 웬 기적인가.
"허허. 많이 잡으셨군요. 주임상사"
살림망을 들어보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뒤로 돌아 당번병에게 한마디를 더 하는데 그때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이봐. 내 낚시 가방 가지고 와라."
"예."
「하하하~ 말은 들었는데 연대장님께서 이렇게 나올 줄이야」
속으로 이제 살았다 하는데 가슴 철렁한 말이 오고 간다.
"너. 이놈 넌 이게 영창감인 거 알아 몰라, 이건 엄연히 근무지 이탈이야.
탈영이라고"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자네가 낚시를 그렇게 잘한다며?"
"아닙니다."
"뭐. 잘 됐지. 이번 기회에 날 좀 가르쳐 달라고. 잘 못 하면 가는 거고, 잘하면 휴가를 보내주지 "허허허"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제는 세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아 낚시를 즐긴 것이다.
생각해 보라. 얼마나 우스운 그림인가.
하하하.
상민의 군 생활은 그렇게 매번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연대장에게 불려가서는 낚시를 가르치고 또 낚시를 함께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쑤~~욱"
갑자기 솟아오르는 찌를 보고는 얼른 챔질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활처럼 휘어진 상민의 낚싯대에 넋이 나간 모습으로 보고만 있었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건진 놈은 다름 아닌 대형 메기였다.
손을 가져다 데고 보니 적어도 60cm는 되는 듯했다.
"역시 선생님이시군. 허허허"
연대장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크게, 호탕하게 웃었고, 멋 적었는지 상민은 머리를 긁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