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바람은 소리이기도, 향기이기도
어느 순간에도 곁에 있다.
바람을 볼 때면, 만질 때면
모두 아름답다.
모두 특별하다.
어느 순간에도 곁에 있다.
나를 감싸 안은채 그렇게 보고 있다.
그 바람을 내가 보고 있다.
바람을 본다.
이른 아침.
두터운 옷으로 온몸을 꽁꽁 동여매고 마스크까지 하고 산책을 나갔다.
몇 남지 않은 앙상한 겨울 가지에서도 스르륵 바람이 스쳐가고, 누런 풀 들에게서도 바람이 사각사각
함께 걷고 있었다.
손을 내밀면 손바닥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손등을 톡 치기도 한다.
미소를 지으며 함께 걷는 이 시간이 참 좋다고 말을 한다.
한참을 걷다 그 느낌이 좋아 돌아보면 바람은 너무 이른 꽃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강아지처럼 쪼로로 달려온다. 그런 바람을 보고 있으면 참 좋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이 부는 날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클래식 中
사랑은 그렇게 늘 함께이길 바란다.
때로는 바람으로, 때로는 햇살로, 그러다 그림자로 꼭 붙어 다니길 바라는 것이다.
이른 아침 만난 바람은 눈 감아도 보이는 사랑이었다.
흰머리 성성해질지라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이었다.
노을이 흰머리를 붉게 물들이는 시간에도 그 머릿결을 쓰다듬는 바람이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사랑은 바람처럼 늘 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