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Jan 23. 2017

바람을 본다

바람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바람은 소리이기도, 향기이기도

어느 순간에도 곁에 있다.

바람을 볼 때면, 만질 때면

모두 아름답다.

모두 특별하다.

어느 순간에도 곁에 있다.

나를 감싸 안은채 그렇게 보고 있다.


그 바람을 내가 보고 있다.

바람을 본다.



이른 아침.

두터운 옷으로 온몸을 꽁꽁 동여매고 마스크까지 하고 산책을 나갔다.

몇 남지 않은 앙상한 겨울 가지에서도 스르륵 바람이 스쳐가고, 누런 풀 들에게서도 바람이 사각사각

함께 걷고 있었다.

손을 내밀면 손바닥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손등을 톡 치기도 한다.

미소를 지으며 함께 걷는 이 시간이 참 좋다고 말을 한다.

한참을 걷다 그 느낌이 좋아 돌아보면 바람은 너무 이른 꽃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강아지처럼 쪼로로 달려온다. 그런 바람을 보고 있으면 참 좋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이 부는 날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클래식 中

사랑은 그렇게 늘 함께이길 바란다.

때로는 바람으로, 때로는 햇살로, 그러다 그림자로 꼭 붙어 다니길 바라는 것이다.

이른 아침 만난 바람은 눈 감아도 보이는 사랑이었다.

흰머리 성성해질지라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이었다.

노을이 흰머리를 붉게 물들이는 시간에도 그 머릿결을 쓰다듬는 바람이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사랑은 바람처럼 늘 나를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