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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29. 2017

잃었습니다. 그것을...

기억을 잃었습니다.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소중한 것을 잃었나 봅니다.

가슴이 아픈 것이 그런가 봅니다.


메신저를 보며 아팠습니다.

사진을 보며 아렸습니다.

거기서 거기까지 였습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기억을 잃었습니다.

익숙한 곳인 듯 하지만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

눈물이 나는 것이 그런가 봅니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길 잃은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기억을 잃었습니다.

원하던 일이었나 봅니다.

왜 원하였는지를 모르지만

가슴 아파 눈물이 납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지난 글 속에서 찾습니다.

종잡을 수 없습니다.


퇴원을 합니다.

이틀의 혼수상태에도 놓지 않았다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렸습니다. 이 속에 제 기억이 있을까 조심스레 열어보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메모를 보면 가슴이 아리고, 사진을 보면 알 수 없는 눈물이 나는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익숙하게 걷는 길에는 중학교 야구부가 연습을 하고 있고, 좀 더 걸어 내려가면 족발골목의 구수한 냄새가 난다. 그렇게 걸어 국제시장을 걷다 청바지 노점 앞에 섰다. 여기서 뭔가를 아니 청바지를 샀던 걸까? 왜 아픈지 모르겠다. 그냥 서 있으면 눈물이 날 거 같아 다시 걸었습니다.

"죽으려고 작정을 했어! 그 시간 그 길에 아무도 안 지나갔으면 넌 죽었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아낄 줄 몰라. 너 그럴 거면 이제 병원 오지 마 나쁜 자식"

그렇게 말하고 나가 버린 주치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뭘 어쨌다는 것인지 모르는 저에게 주치의는 화가 많이 났나 봅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 상태를 말하지 못합니다.


집을 찾지 못해 한참을 서성거렸습니다. 처음 살던 곳에서 다른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고개 숙여 죄송하단 말을 하고 돌아섰고 1층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한통의 전화를 받고 그 사람이 여기가 집이라며 바레다 주었지만 현관 앞에서 두어 시간을 서 있었습니다. 현관 비밀번호를 모릅니다.

아무리 눌러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생일을 눌러도, 주민번호도, 그 어떤 것도 소용없습니다. 그러다 누른 번호에 현관문이 반응을 합니다.


노트를 열어 무작정 읽어 내려갑니다.

무엇이 이 사람을 그렇게 힘들게 한 것인지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습니다.

이 사람 무엇을 잊으려 한 것인지 모르지만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였습니다.

불 켜지지 않은 방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이것이 꿈이었으면 합니다.

아직도 꿈 속이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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