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Mar 01. 2017

땅별에서의 이별

실골목을 지나려 애를 썼던 시간

속 길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어져 있는데

서로가 바라보는 곳이 달라

결국 어김 다리를 건넌다.

그것이 땅별에서의 이별이었다.



이별이란 결국 현실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현실이 사라지고 나면 그것은 無로 돌아가 버린다는 것을 알까?

지독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 또한 알까?

인연이라는 것이 그러하였듯이 이별 또한 그러했다.

소리 없이 찾아온 인연은 고함을 치며 이별을 한다.

환하게 웃었던 인연은 비꽃이 되어 내리는 줄 모른다.

결국 땅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땅별에서의 이별은 어느 한쪽이 소멸되어 사라지는 것과도 같다.

단호한 소멸,
난해한 시간의 정지를 바라던
찬란하지 못 한 몸뚱이로
地錦(지금)을 빛내려 하였으니
나 역시 아름다운 소멸이기를...

소멸 중에서

살아가며 많은 이별을 경험하며 우리는 이겨내고 또 단단해져 간다.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며 단단한 가슴을 가지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남은 눈물을 흘려버린다.

하지만 자신이 자신과의 이별을 할 때에는 과연 어떤 단단함이 존재하는 것일까?

가끔 그 물에 대한 답을 찾으려 노력을 한다.

하지만 결코 쉬운 물음이 아니기에 그 답을 찾을 길이 없다.

만약 찾았을 때에는 그것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지우지 못하는 것은
소중한 것이니 기억하자.
먼 훗날
그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먼저 간 사람의 몫이
그것이기에 기억하자.

그랬습니다 중에서
실골목 : 좁은 골목길
속길 : 마을 안으로 난 길
어김 다리 : 두 철도나 길이 만나는 곳에 어긋나게 놓은 다리
땅별 : 지구를 뜻하는 말.


매거진의 이전글 早春(조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