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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11. 2017

그리운 꽃의 書 - 84 - 모과꽃

숨은 듯 숨지 못하는 너는

누굴 부르지도

누굴 따라가지도 않는다


고개 들어 봐 주길 바라는지

소복하게 쌓인

푸른 잎 속에 앉아있다.


지워진 듯 붉지 않은 색으로

바람 만지고 달아나도 바라만 보는 너는

숨어 우는 새를 닮았다.


숨겨두지 못하는 마음일까

있어도 없는 듯한 마음일까

너는 그 자리에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누군가에게 봄은 찬란한 빛으로 다가가고 그 빛에 마음을 숨기려 해도 투영되는 속내는 감출 수 없어 사랑스러운 계절이다. 그런 봄이 꽃을 피우면 그 꽃으로 손을 내밀어 만지고 싶은 것이 아마도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봄은 가장 슬픈 계절일 수도 있겠다.

하얀 계절이 지나고 남은 계절이 이것 하나뿐이라면 그에게 봄은 찬란하지 않을 것이다.

꽃비가 내리면 그저 창가에 앉아 바라만 봐야 하는 슬픈 계절일 수도 있겠다.

계절은 이렇게 양면을 다 보여주지 않으려 하지만 우리가 눈 돌리면 그 양면이 보이는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모과꽃이 그랬다.

가만 들여다보면 그 꽃이 참 곱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꽃을 보기 전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니 말이다.

 

손들의 그에겐 듯
그의 그에겐 듯
누구의 그에게든 다가가려고

백우선 님의 꽃의 모과 중에서

投我以木瓜(투아이목과)에 報之以瓊琚(보지이경거)요 匪報也(분보야)는 
永以爲好也(영이위호야)니라
投我以木桃(투아이목도)에 報之以瓊瑤(보지이경요)요 匪報也(분보야)는 
永以爲好也(영이위호야)니라
投我以木李(투아티목이)에 報之以瓊玖(보지이경구)요 匪報也(분보야)는 
永以爲好也(영이위호야)니라   

나에게 모과를 던져주니 붉은 패옥으로 보답하고도 보답했다고 하지 않음은 
길이 사이좋게 지내보자는 것이네.
나에게 복숭아를 던져주니 붉고 고운 옥으로 보답하고도 보답했다고 하지 않음은 
길이 사이좋게 지내보자는 것이네.
나에게 오얏(자두)을 던져주니 붉고 검은 옥으로 보답하고도 보답했다고 하지 않음은 
길이 사이좋게 지내보자는 것이네.      

詩經(시경)  衛風(위풍) 편에 나오는 木瓜(목과)


<목과>는 제나라 환공을 찬미한 것이라고 한다위나라가 오랑캐 사람들에게 패하여 쫓겨나가 조읍에 살고 있었는데제나라 환공이 구원하여 나라를 봉해주고 수레와 말과 그릇과 옷을 보내주니위나라 사람들이 이것을 생각하고 후하게 보답하려고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이렇듯 모과는 아주 귀한 것으로 여겼기에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모과가 처음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로 알려져 있지만 고려사에 처음으로 나온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모과는 충청도와 전라도가 주 생산지로 나오며 그 품질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모과는 그 효증이 방대하여 차로 혹은 술로 담가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과꽃을 보며 벌써 노란 열매를 떠 올리는 것이 아마도 조급증이 도지나 보다.

작년에 담은 모과차를 저녁에는 따뜻하게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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