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Mar 22. 2017

그리운 꽃의 書 - 83 - 꽃마리

초롱초롱 말려있다.

아래에서 위로

역행을 하는 것이

추억을 하나씩 피우듯 하다.

봄살에 너의 자리는

따뜻한 아랫목인 듯

부끄러워 배배 꼬는 지

아지랑이에 현기증이 나는지

너무 늘어지며 피는구나

구름이 만든 그늘에서

그을리지 않은 하얀 볼로

봄볕이 되어버렸다.

이 좋은 날에...


봄이 오는 길목에 작은 꽃 하나가 반기고 그 자리에 내려앉은 햇살은 구들장을 데우는 장작불처럼 마지막 추위에 얼까 꽃들을 품어 안고 있다.

봄은 그렇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좋다.

그 마음을 배우려고 그 곁에 앉아 있으면 마치 님의 품에서 단잠을 자는 듯이 향기롭다.


매화 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매화 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서정주 님의 매화 중에서

매화는 지고 그 하얀 꽃잎이 비단을 깔은 듯하더니 사이사이로 봄꽃이 피고 있다.

떨어지지 못한 꽃잎이 타 들어가고 가지는 이미 잎을 움트려 한다.

소생하는 그 자리가 봄이요 향긋함이 봄이니 다음 꽃은 어디서 피고 질까 그린다.


봄을 알리는 봄꽃으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꽃이다.

본래 이름이 "꽃말이" 였으나 어감의 순화로 꽃마리로 변했다는 말이 있다.

또 방언으로는 잣냉이 혹은 꽃다지라고도 하지만 십지화과의 꽃다지와는 다른 꽃이다.

꽃말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꽃이 피기 시작할 때 줄기가 말려 있어서 그리 불렸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아래에서부터 위로 꽃이 피면서 줄기가 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운 꽃의 書 - 82 - 산수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