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바람이
살포시 날아간다
손 내밀면
잡아줄 것 같은 바람이
시간을 늦추고 있는 듯
가볍다 바람이
마치 내 손을 잡기 위해
늦춘 듯한 느낌이 든다.
바람이 손에 잡히는 듯한 이 느낌
가녀린 꽃이 봄이었다면
유월의 품에 안겨
지고 마는,
수줍게 고개 숙인
봄은 유월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은
사스락거리는 바람으로
가벼워진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볼 때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알 수 있지만 걷고 있는 동안에는 그것을 모른다.
멈춰 선 자리가 또 얼마나 가벼운 자리인지도 모른다. 단지 쉬어가는 그 자리가 주는 가녀린 바람의 속삭임으로만 인식할 뿐이다. 가끔은 뒤 돌아보며 그 자리에서 숨 돌릴 필요가 있는데 우린 그것을 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가끔은 하늘을 보라는 말처럼 아주 가끔은 그 길의 뒤를 돌아보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 길에는 노란 꽃이 피었을 수도 하얀 꽃이 피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