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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13. 2017

젖은 소리로 웁니다.

수면 위를 걸으며

하산하는 바람도

빈 가지만 분질러버리고

계곡 닮은 소리로

젖어 버렸습니다.


사납게 몸부림치던 숲도

시달리다 시달리다

흩어러진 산사 추녀에 앉아

작고 납작한 소리로 웁니다.


나뭇잎 밟고 가는 빗물도

사스락거리는 댓잎의 눈물도

풍경소리에 멈춰 선 바람에게

쓸쓸함을 안고서

젖어 버렸습니다.


꽃비가 내리던 날에도

아지랑이 따라가 버린

노을빛 동백의 혼도

끝끝내 말하지 못하고

젖은 소리로 울고만 있습니다.


봄이면 꽃이 피어 좋다.

그 꽃이 질 때면 가늘게 내리는 봄비처럼 꽃비가 가늘게 바람을 타고 노닐어 좋다.

그 속에 숨은 사연이야 어찌 되었든 보이는 것으로만 좋아한다.

비록 슬픈 기억들이 젖은 바람처럼 울더라도 아니 봄비처럼 흐르는 눈물일지라도 좋다.

살아가며 꼭 한 번 가슴앓이를 해야만 한다면 그것을 가슴에 담아 간직하고 싶다.

지나면 아플지라도 그 순간 행복하였기에 그 행복만 담아 한아름 품고 살아간다.

이렇게 꽃비가 내리는 날에는 더욱...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 오르것다.

이 수복 님의 봄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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