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들은 이야긴데 김포 대벽리의 용봉지에서 잉어를 마릿 수로 잡았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한 참 바쁠 월말이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아마도 조 차장이 지금 가는 곳이 그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용봉지는 아니겠죠?"
"아니 자네 두 용봉지를 아는가?"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하하하"
"하하하"
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음꽃이 지질 안았다
조 차장과 상민은 바쁘게 낚싯대를 펼치고 낚시를 시작하는데 조 차장이 담배를 한 대 물며 이곳에서 예전에 엄청나게 붕어를 밥은 적이 있다고 하며 그때 일을 자랑 삼아 이야기하였다
"김 대리 내가 말야 이곳에서 옛날에 살림 망이 찢어지도록 붕어를 잡은 적이 있다네"
"그렇게 많이 잡았어요?"
"음 그때 우리 동네 집집마다 붕어 매운탕에 붕어찜냄새가 진동을 했었지"
"우와 동네 잔치를 했군요"
"그렇지 동네 잔치"
상민은 그 이야기에 미심 적은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꾼이라면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아니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하며 웃어 넘겼다
그러던 중 조차장의 두 칸 반대에 입질이 왔다
"어이쿠 왔구나"
그렇게 시작한 낚시는 두 어 시간만에 20 어수를 했다
그때 조 차장이 김 대리를 불러 낚시에서 제일 큰 놈을 잡은 것이 언제인지를 물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옛일이 있어 이야길 하였다
상민이 아마도 고등학교 다닐 때였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낚시를 한 번 가려면 용돈을 아껴서 모았다 가는 게 고작 이였다
지금처럼 서울에서 생활할 때가 아니 여서 얼마나 좋은 낚시 여건 이였는지 모른다
그때는 진짜 웅덩이마다 채비를 담글 정도의 열성적 이였다
그러던 상민에게 놀랄만한 이야기가 전해졌고 월척에 부푼 꿈을 안고 낚시가방을 메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도 아침 일찍은 버스가 없었던지
아침도 먹지 않고 집을 나섰고 또 아침 첫차를 타야 한 다는 강박관념에 또 얼마나 일찍 나왔었던가 그런데 그렇게 버스를 타고 경남 진주에서 사천 방향에 있는 두량 저수지로 향했다
지금이야 차가 있으니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그 길이 어찌나 멀던지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연신 월척을 낚는 상상으로 가득하고 길가에 핀 코스모스까지 상민을 마중 나온 듯하였으니 얼마나 낚시에 굶주려 있었던가
그렇게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걸어서 도착한 두량 저수지는 상민을 반기기는커녕 속을 뒤집기 딱 좋은 광경을 하고 있었다
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곳에서는 빨간색의 대야가 둥둥 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시끌시끌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총각들과 나이가 지긋이 든 아저씨들까지 삼삼오오 모여 투망질을 하고 있었고 저수지는 마치 전쟁터에서의 폭격을 맡은 듯하였다
그 많던 물은 어디로 가도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저수지는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인 상민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실은 듯이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아 이 얼마나 억장 무너지는 광경인가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나이 많은 영감님께서 작대기로 상민을 내려치며 화를 내시는 것이 아닌가
"야 이놈아 서거 땜에 저수지가 저 모양 아이가 이 나쁜 놈아"
그러며 또 작대기를 휘두르신다
"아이고 할배요 내는 이제 왔는데 머가 내 때문 이라예"
"머라꼬 이 문디야 너거가 낚시 한다꼬 와가꼬는 쓰레기 다 버리고 또 그것도 모자라서 저수지에 고기를 씨를 말릴라 안 했나"
"할배 자꾸 때리지 말고 내 얘기도 좀 들어 보이소"
"먼 얘기 이놈아야"
"할배 내는 인자 왔어예"
"그래서 니는 죄가 없다 이기가?"
상민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역성을 내는 영감님과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니 먼길을 걸어와서 숨은 가슴까지 차 올랐고 또 저런 광경을 보았으니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한데 그것도 모 잘라 영감님의 나무 작대기에 얻어맞아야 하는 자신이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는데 이게 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이놈아가 인자는 어른 말까지 들은 둥 마는둥하네 그래 니 까짓 게 먼데 낼로 무시하노"
"후..."
상민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영감님이 대빗자루를 한 자루 던져주면서 하는 말씀이 더 황당했다
"바라 이 문디야 너 거가 이리 만들었으니까 너 거가 청소를 해야지 내 말이 틀맀나?"
상민은 얼덜결에 자신과는 상관없는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기야 맡는 말인데예"
상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감이 말을 가로채 버렸다
"맡는 말이니까네 지금부터 요 있는 쓰레기 깨끗하게 쓸고 모아 놔라 알았나"
"네"
상민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청소를 시작한 상민은 몇 시간을 청소했는지 모른다
가을 햇살은 또 어찌나 따가웠던지 또 땀은 얼마나 흘렸을까 영감님이 다가오셨다
"이놈아가 청소를 아주 깨끗이 해 놨네 자 이거 묵어라"
다름 아닌 병 사이더였다
"이기 멉니꺼?"
"니는 사이다도 모르나 니 열심히 했으니까 내가 주는 선물아이가 마 고마 마시라 시원하끼다"
오전과는 다른 모습의 영감님 이였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를 일 이였다
그런데 영감님이 이제는 더 모를 소리를 하시는 것이 아니가
"바라 니 다음에 낚시하러 오모 내 찾아 온나 내가 맛있는거 많이 주꾸마"
"다음에요?"
"그래 니가 하도 열심히 청소를 해서 내가 다음에 오모 상을 하나 줄라고 안카나"
그랬다 영감님은 너무도 무분별하게 청소도 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미워 상민에게 청소를 시킨 것 이였다
한마디로 시범케이스에 걸린 거였다
하지만 상민은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낚시를 하지는 못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너무도 깨끗해진 저수지를 보니 마음까지 개운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저수지 물이 저렇게 마르고 또 저렇게 무자비하게 고기를 잡아내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가슴 한쪽이 시려옴을 느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김대리?"
"어떻게 되긴요.. 뭐 낚시도 못하고 하루 종일 걷고 또 청소하고 그랬지요"
"그래고 김 대리는 맡으면서 좋은 일 했네 요즘도 그런 인간들이 있잖아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생활쓰레기를 가져와서 버리는 사람을 보 적도 있으니"
"아니 그런 사람을 가만 뒀습니까?"
조 차장은 그저 웃을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조 차장과 온 낚시 중 처음으로 몰 황을 면한 날 이였다
저녁노을은 서산을 집어 삼켜 버렸고 이윽고 달이 기울어 갈 즈음 갑자기 떠오른 한시 한 수가 가슴을 적시고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하늘에 높이 뜬 저 달 저 달의 내력을 말해주오
내 잔 멈추고 묻노니
사람은 저 달에 오를 수 없지만
저 달은 사람을 따라 다니거늘
누구나 밤이 바다로 뜨는 걸 알지만
누가 새벽녘 구름 사이로 사라지는 걸 아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