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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Sep 06. 2018

같은 하늘 아래 -83-

혼자 바라봅니다.
처음 당신을 몰랐을 때처럼
혼자 하늘을 봅니다.
하지만 그렇질 못합니다.
혼자서 힘들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많이도 아파했습니다.
하지만 그 하늘 아래에선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하늘 아래엔 들리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혼자 바라만 봅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혼자...



1993년

리어카에서 들려오는 신승훈의 널 사랑하니까의 가사가 신호등의 붉은빛에 멈춰 섰다.

내게 가르쳐준 건 사랑뿐 이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냥 이렇게 울면 되는지
너를 미워해야 하는지
흐르는 눈물 닦지 않았지
내가 울면 언제라도 나의 눈물
닦아주면서 슬퍼했던 너였기에

신승훈의 널 사랑하니까 중에서

그 길에 그 역시 멈춰 서고 말았다.

분명 붉은 신호등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 길의 끝에는 그녀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한가로이 흐르는 강변 그리고 그 강을 연결하는 교각의 끝엔 언제부터인지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사진 한 장이 걸려 있었다. 그에게는 가장 슬픈 사진이었지만...


수없이 많은 날을 손 잡고 건넜던 그 다리가 이젠 낯섦으로 미끄러질 것 같았다.

여전히 그랬다.


2016년

국화가 지기 시작했다.

낙엽이 하나 둘 떨어져 바람난 것처럼 이리저리 종 잡을 수 없이 나뒹고 전화를 받으며 걷던 산책길이 참 멀게만 느껴질 즈음 "61Km 남았어"라는 전화기 넘어의 목소리에 장난인 줄만 알았다.

지금도 가끔 그 표지판을 보면 그렇게 전화가 온다.

변함없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 그를 스무 살로 돌려놓은 것 같다.

그 시절처럼 다시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고, 다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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