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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30. 2020

그리운 꽃의 書 -91- 목련 제니

또 다른 그리움에게...

붉은 입술인 줄 알았는데

허리 굽혀 봄을 줍는

아낙의 단아한 치마였구나.

무엇을 담으려 얼굴 붉히는지

가득 담은 듯한 너의 풍만함이

툭하고 터질 거 같다.

그것이 그리움 가득일지라도...



봄의 진객인 목련은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살랑살랑 바람을 타며 이른 봄을 유혹하곤 한다.

그 아래에서 만지작거리려 팔을 뻗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시절 그 그리움을 주우려 나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곤 했다.

바람에 떨어진 하얀 순결 같은 꽃잎을 주우려고.

백목련


기다리는 마음 이렇게 가슴 아픈 걸
사랑은 왜 서로 할까요
목련꽃 하얀 마음 가득 담고서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렇게 가슴에 눈물이 흐르네
목련꽃 하얀 마음처럼

최성수의 목련꽃 필 때면 중에서
목련 제니

얼마 전 경기도 가평의 아침 고요 수목에서 만난 매력적인 목련을 보며 이건 그리움이 너무 진하구나를 느꼈다.

지금 다시 사진으로 바라보니 그 풍성함이 마치 항아리를 닮아 그리움을 담다 담다 터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가져 봤다.

아직도 그리움이 남아서일까?

하긴 늘 그립다.

그래서 저 아름다운 색을 뽐내기라도 하 듯 피어있는 제니가 그리 보였는지도 모른다.


자목련


“병 하나 친구 삼아 구슬리며 사는 거지요.”라는 한상경 교수님의 인터뷰 속 말이 언젠가 나 자신에게 했던 말과 흡사하다.

매일 아침 다시 하루를 만난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렇게 나쁜 친구라도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그때 든 생각이 바로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친구를 구슬려가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거야 라고 말하곤 했으니...

그해 봄에도 목련은 피었었다.

누군가를 한 없이 그리워하며 최성수의 노래를 부르며 큰 창에 기대어 앉아 모아둔 퇴색된 눈덩이를 밟고 목련이 피어 있었다.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며 목련을 볼 때면 눈 흘기듯 목련은 바람을 등지곤 했지만 그 모습이 누군가를 닮은 듯하여 괜스레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지금도 목련을 보면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

눈 흘기는 것이 꼭 닮은 사람에게...

 

아침 고요 수목원



이다음에 하늘에 가서 ‘넌 뭐하고 왔느냐’ 물으면 ‘전 나무 심다 왔습니다. 나무를 심고, 또 심고, 또 심었습니다….’ 많은 나무를 심었더니 많은 사람이 고맙다고 그러더라고. 나 같은 사람이 뭐라고…. 젊었을 땐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말을 바꿨어요. 첫인상을 믿지 말아라.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돼야 한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슬픈 거야…. 사람들이 ‘무엇이 옳은가’ 보다는 ‘무엇이 내게 유리한가’ 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더라고. 누구도, 그래서는 안 되는 사람도. 그러다 보니까 병들고 아파하고,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떨리는 건 괜찮아요. 이 증세를 감수하는 거니까. 맑은 정신과 교환한 거니까…. 저는 곡선이 있는 휘어진 나무를 좋아합니다. 모진 풍파를 겪은 나무예요. 휘어진 가지, 그런 데서 꽃이 피어요. 휘어진 가지에서 열매가 더 잘 열려요. 아팠던 나무가 휘어져요. 휘어진 나무는 펴지지 않아요. 그러나 꽃은 피울 수 있어요….

아침고요 수목원 한상경 교수의 독백이다.


목련 제니(Magnolia 'Genie')는 흑 목련이라고도 붉은 목련이라고 도 하는 신품종으로 유럽 국제 원예박람회에서 Best Noveity Award를 수상한 화제의 목련 품종이다.

튤립을 닮은 모양으로 적포도 색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목련은 전 세계적으로 약 700여 종이 존재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황홀한 목련이 아닌가 한다.

참고로 태안 천리포수목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목련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해마다 목련 축제를 하고 있으니 내년에는 그곳으로 가 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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