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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Sep 06. 2018

그리운 꽃의 書 -90- 능소화

내 그리운 文友

그리운 마음이 흔들립니다.

바람에 지쳐 흔들립니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기다림이 떨어져 있습니다.


기댈 곳 없어 잡은 곳이

담장이었나, 가지였나

우체통 닮은 꽃이

보내지 못한 마음 되었습니다.



능소화(凌宵花) 꽃말 : 그리움, 기다림, 명예

담장을 타고 오르는 것인지 내려오는 것인지 알 듯 모를 듯한 저 꽃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무엇을 하기 위함이었는지 지난 글들을 찾아 읽고 있었고 내 등과 담벼락이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꽃 한 송이가 바람에 톡 하고 떨어짐에 고개를 들어 알게 되었다.

그리움에 대한 명상이랄까?

혹은 그것을 위한 글을 써 오던 날들을 떠 올린 것일까?

그리운 꽃의 書는 좀 남다르다.

처음 꽃을 대상으로 막연한 그리움을 표현하고자 노력을 했고, 물론 글이 나오지 않아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꽃 선물을 하면서부터 내게 꽃은 보는 것만이 아닌 느끼고 또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의 글 속으로 나를 슬며시 들여놓고 그 님의 마음에서 혹은 그님의 시선에서 느끼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키가 큰 나무들도
구름을 만지는데
꽃은 하얀 얼굴로
부슬부슬 바람 앞에
노을을 먹고 있다.
피고 진 사이로.

첫 번째 글꽃 선물 꽃댕강 중에서

첫 번째 글꽃 선물은 설렘과 떨림이었다.

지금 것 써 오던 꽃에게 그리움을 짊어지게 한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어쩌면 책 사이님의 글과 마주하지 않았다면 글꽃 선물이 존재했을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니 그것이 답인가 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꽃 선물은 이라는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당연 딸기꽃일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지켜보던 시선으로 쓰고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럴 것이다.

작가와 가족들까지 알게 해 준 고마운 글이었으니까 더 그럴 것이다.

그냥 앉았는가
흙 털고 서라 싶은데
그냥 두고 본다
앉은 모습이 어린애 같아
투정 부리는 아이 같아
쓰다듬어 주면
하얀 꽃을
천연덕스럽게 웃는 듯
앉은 채 날 본다.
내가 어미라도 되는 양
한 없이 나를 본다.
나도 그렇게 내 아이를
내려다보며 안아주듯
너를 보듬는다.
하얀 너를...

그리운 꽃의 書 -55- 딸기꽃

벗들에게 혹은 벗이 되길 소망하는 님들에게 한 송이씩 선물을 하던 글꽃 선물이 어느 날 어떠한 말 없이 그만두게 된 것은 아마도 이곳이 많이도 퇴색되고 삭막함이 주는 앞이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서가 아닐까.

아니 어쩌면 지독하게도 고집이 쌘 필자의 투정이 심해서였을까.

그래서 오늘은 더욱 그립다.

이곳과 이곳의 벗들이...

凌霄花題冊 王世貞(능소화 제책 왕세정)

不道花依他樹發 (지견만전엽분분) 다른 나무에 의지하여 핀다고 말하지 마소
强攀紅日鬪鮮明 (수타언홍학출군) 붉은 해 끌어 잡고 고운 빛 다투네.
簇蘂色依紅日近 (반석탁근군막소) 떼 지은 꽃들 빛은 붉은 해와 가까 웁고
放梢影共碧雲長 (지언신자치청운) 늘어선 가지 그림자는 푸른 구름같이 길어라

왕세정(王世貞) 중국 명대의 문학가·역사학자

이맘때면 마이산 탑사를 향해 달려가곤 했는데 올해는 그러질 못하였다.

아마도 탑사의 능소화는 우리나라 제일이 아닐까.

신기하게 절벽을 타고 오른 넝쿨에서 피어나는 능소화는 그림 같아 보이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더욱 친근한 능소화는 어느 집 담장에 마주하는, 혹은 어느 집 모개 나무를 타고 오르는 개구쟁이 같은 꽃이 더 친숙해진 것은 나이를 먹음 일까?

저녁놀을 닮은 꽃

그리움을 길가에 툭툭 던져 버리는 꽃


비가 쏟아진다 해도 나의 길을 멈출 수  없고,
바람이 분다 해도 나의 길을 걱정하지 않네.
나는 지금 어이하여 비바람 속을 달려가,
꽃이 피었다 지는 이 계절과 다투는 것인가."  
척독, 마음을 담은 종이 한 장 중에서

사실 이 능소화를 바다에 지는 별 님께 글꽃으로 선물을 한 꽃이다.

그런데 다시 이 꽃으로 글을 쓰게 된 것은 그리움이란 또 다른 꽃말 때문이 아닐까.

담 넘어 뉘 오시나
발소리라도 들려주소
쫑긋한 모양으로
수줍은 연분홍으로
담을 넘으려 드는구나.


그리운 꽃의 書 -59- 능소화 중에서

먼저 글에서도 그리움이 묻어있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때는 바다에 지는 별님의 글에서 느낀 오묘한 감정의 선들이 숨겨둔 그리움 같아서 능소화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한다.

벗들의 글을 예전처럼 많이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필자 역시 게으름을 벋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

모두에게 안부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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