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by 한천군작가

조용하다 못해 깔끔함이
비구니 참선하는 청정도량이라
전소되어 중창을 하였다고
이렇듯 깨끗함이 아니오


선방 한쪽 우뚝 솟은 9층 석탑
삐죽하여 볼품없어도
검붉게 보이는 철분 섞임은
흐르는 세월을 이어준다네


8부 중상 돋을 새겨
치밀한 공력, 지붕들의 단정함이
조용히 이고 있는 석인상이
현대미까지 보이는구나


파초 석류 가꾸시는 솜씨
차밭에 잎 따는 비구니 손길
너무 청결하옵시며
자태 또한 세속의 탁족 세심이라


뒤돌아 보는 장독대
통통하게 어깨 부푼 모습이라
복스럽게 생겼구나
탱탱한 포만감이로다


원통보전 뒤를 따라
산왕각 오르는 계단이
내가 되어 발길 머문 것이
경상도 장독이 주는 풍요의 감상이구나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ㆍ원통보전(圓通寶殿)ㆍ응향각(凝香閣)ㆍ산왕각(山王閣)ㆍ봉상루(鳳翔樓)ㆍ천왕문(天王門)ㆍ범종각ㆍ주지실ㆍ대방ㆍ객실ㆍ창고 등이 있으며, 절 뒤쪽에는 사리전(舍利殿)이라는 암자가 있어 다른 지방에서 수도하러 온 여승들이 기거하고 있다.

문화재로는 보물 제1112호인 다층석탑이 사리전 앞에 있다. 646년(선덕여왕 15) 자장(慈藏)이 세웠다는 이 탑은 돌이 철분을 많이 함유한 탓으로 붉은 물이 스며 나와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있으나 조각은 소박하다. 하단 네 귀퉁이에는 신장상(神將像)을 세우고 사면에는 연화문(蓮花文)을 조각하였으며, 체감의 비율은 거의 완벽하다. 옥개석은 둔중하며 제9층의 사우(四隅)에는 작은 종을 달았다.

200년 전 이 탑을 개축할 때 72과의 사리가 나왔다고 하는데, 큰 것은 녹두알 만하였고 작은 것은 기장알 정도의 크기였다고 하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나라에 경사가 있으면 탑전에서 서광이 비치고 향내가 경내를 진동시켰다고 하며, 몸과 마음이 맑은 사람은 곁 연못의 물에 비친 탑의 그림자 속에서 탑 안의 사리를 보았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절 입구에는 부도와 방광비(放光碑)가 있고, 절 부근에는 옛날 선비들이 수학하였다는 거연정(居然亭)ㆍ군자정(君子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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