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중순에 접어 드는 한가한 토요일 오후 오십 초반의 직딩 중년은 아메리카노 한잔을 놓고 교보 문고 G코너에 앉아 있다. 늘 그렇듯 중년은 신간을 쓱 둘러본다. G코너는 자기계발, 경제, 정치 관련 서적이다. 따끈따끈한 신간들은 제각각 지은이의 삶을 뽐내듯 자랑하며 구매를 요청한다. 매력적인 책제목 만큼이나 뒤쳐진다는 초조함을 숨길 수 없다. 아마도 이것은 그 원초적인 떨쳐내지 못하는 그리고 구체화되지 못하는 두려움일 것이다.
오늘도 이 서점에서 서성이는건 다소나마 두려움의 위안을 얻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부터 그런 내 심리를 깨달은 후부터 이 서성임이 그리 편하지 만은 않다. 오히려 자기 위안의 허세쯤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커피가 오늘은 더 쓰다.
갑자기 신간의 제목이 내 눈을 확 끌어 당긴다. "세상을 바꾸는 힘, 절실함" 그래 바로 절심함 때문이다. 누군가는 먼저 고민하고 실천하고 책까지 내 놓은 것이다.
종교 코너에 있는 어느 목사님의 책은 더 멋지다. "아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비가 선선함을 재촉하는 가을 서점의 풍경은 그저 무난하다. 무난한 클래식이 흐르고, 무난한 젊은 쌍들이 데이트 또한 무난하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내 나이 또래 중년의 출현은 조금 특별하다. 그들이 특별한 것은 구체적이다. 찾는 책이 구체적이다. 젊은 쌍들에게 느껴지는 한가로움이 없다. 아마도 당장 절실한 해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리라.
쓴 커피 한잔을 다 마셨다. 절실함은 커피 따위로 대체할 수 없는 쓰디 쓴 인생 무엇일 것이다. 자신의 한없는 무력함을 깨달은 자들만이 얻은 영광일지도... 그러니 토요일 오후에 서점 서성거림은 그저 유희일 뿐이다.
그래도 또 한주간 열심히 살지 않았는가? 또 그렇게 위안한다. 그래 오늘은 간만에 완독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떨치고 절실함 그 책을 구입하자. 벌써 6시가 너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