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각박해져서일까
아니면 원래 혼자가 좋았을까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했던 것도 같다.
서른한 살이 된 올해 초부터 학창 시절 때 친구 다섯 명을 제외하고는 연락을 모두 끊었다.
몇 개월 참 마음 아프게 만났던 사람과 이별하면서 사람에게 지친 마음과 정신이 쉴 수 있도록, 오롯 나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쩌면 지인들과 연락을 끊었다기보단 끊김 당했을 수도 있다.)
카톡에서 연락이 3개월 간 한 번도 없던 이들을 한 명 한 명 지우니 내 나이보다 적은 수가 되었음이 좋게 생각하면 간결해졌고, 우울하게 생각하면 어쩌면 정말 존재감이 0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명과 있을 때보단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았고, 고기가 먹고 싶으면 혼자 고깃집에서 소갈빗살과 갈매기살, 돼지껍데기를 구워 먹었고, 나 혼자만의 특별한 날이 오면 홀로 참치횟집을 가서 코스 메뉴를 먹기도 했었다.
(참치횟집 주방장 분이 혼자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나에게 엄청난 참치 고수가 아니냐며 물어보셨을 땐 참치를 너무 모르는 나로선 너무 당황스럽고 부끄러워서 웃음으로 얼버무렸었다:)
한 때 빕스가 할인행사로 인기가 많았을 무렵엔 혼자 가서 해맑게 폭립을 뜯어먹기도 했었는데, 직원 분이 테이블을 다니면서 식사는 괜찮은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 '아, 제발 오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가 주셨으면,' 생각할 때쯤, 내 앞에 웃으면서 와 계시길래 순간 입에 있던 폭립을 뿜을 뻔했던 기억도 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보니 혼밥 레벨 최상위를 내가 다 하고 있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영화를 보고 싶을 땐 양쪽 자리엔 거의 커플이 앉았다.
예전엔 괜히 배 아프고, 질투가 났는데 지금은 참 예쁜 사랑을 하는 듯해서 예뻐 보이고 부러웠다.
(조금은 철이 든 것일까,)
요즘은 나가면 사람도 많고, 햇빛도 너무 강해서 쉬는 날엔 집에만 있는다.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웃다가, 배달음식을 먹으며 TV를 보기도 하고, 그러다 잠이 들어서 나름 기분 좋은 꿈을 꾸는 주말이 내겐 가장 행복한 날이다.
내가 사람을 좀 멀리하는 것은 약간 불편해서일까,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타인이 날 안 좋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타인은 날 품평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재해있는지도 모른다.
십여 년 전에 친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던 내용이 있는데, 어떤 이를 두고 뒤에서 험담하는 것을 들은 게 아직도 기억에 박혀있다.
"xx랑 같이 다니기 쪽팔리더라. 옷은 저게 뭐니."
저런 험담은 내 지인들에게서 수년간 나오는 말들이었다.
xx는 내가 됐을 수도 있었다.
내가 없을 땐 나를 저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외출 시에는 타인에게서 보이는 내 모습을 멋지게까진 아니어도, 그냥 눈에 안 띄는 무난한 모습을 하고 외출하는 것조차 이젠 상당히 부담스러워졌다.
미세먼지가 심해진 요즘
한 가지 나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마스크를 쓰고 나가도 이젠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
전에는 쉬는 날 외출 시, 최대한 감추고 싶어서 흰색 마스크를 항상 쓰고 나갔는데, 지인들을 만나면 마스크 왜 쓰는지 물어보거나, 조금 친한 사람들은 지가 연예인인 줄 아나 하는 말을 했었다면, 요즘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런 질문들은 받지 않게 됐다.
점점 더 내가 나를 고립시키는 듯하지만, 원래 혼자가 편한 성격도 있고, 주변인들이 상대방을 품평하는 말을 종종 들었던 것도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혼자 지내는 것이 너무 편해졌다.
혼자 지낸다는 것은 일단 비교대상이 사라지더라,
지인이 많을 땐 연봉과 회사 규모, 재산, 외모, 키, 화려한 명품 등 비교되는 게 생기면 괜히 내 삶은 부족하다 느껴졌는데, 그런 비교 상대가 없으니 정신적 마음적으로 평온해졌다.
뭔가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게 외롭기도, 우울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일생에서 한 번 생길까 말까 하는 행운이니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혼자가 좋은지, 아니면 내가 귀찮은지 항상 내 옆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내가 옆에서 대답 할리 없는 강아지에게 대화하듯 말하면 눈빛에서 귀찮다는 것이 느껴지고, 바로 일어나서 내 곁을 떠나기도 하지만, 내겐 큰 위로가 되는 존재다.
항상은 아니지만 때로는 대화할 수 있는 사람보다, 대답 없는 강아지가 더 큰 위로가 될 때도 있는 듯하다.
먼 훗날
내 현재 모습과 달라져 있을지,
아니면
지금과 똑같이 혼자 지내고 있을지,
훗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기억하기 위해
지금의 모습을
지금의 생각을
글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