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년간 매일 비슷한 업무를 하고 퇴근하면 씻고 자는 쳇바퀴 속 생활을 하다 보니, 문득 생각이 났다.
난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내 집 마련?
결혼?
자동차?
2~3년 전쯤엔 위 나열된 것들을 목표로 하고 일과 공부를 하며 달려왔다.
갖고 싶은 것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언젠간 꼭 살 거라는 의지를 가지며 하루하루를 버틴 듯하다.
그러던 중 만약 저 목표를 다 이루면 어떨지 생각해봤는데 몇 개월 지나면 다시 시큰둥 해지지 않을까, 자동차를 사도 몇 달 후엔 더 좋은 차가 끌릴 테고, 집을 사도 나중엔 감흥이 없진 않을까, 결혼은 만나는 사람이 일단 있어야 생각할 문제다.
( 아마도 결혼은 못할 듯하다.. )
이런저런 잡념이 많이 생길 때쯤, 삶의 자극이 필요했다.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고, 워낙 친구도 적은 터라 (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 ) 가끔 카페에서 남자 서너 명끼리 만나 회사 얘기, 여자 친구 얘기, 신혼 주제 등등을 주제로 대화하는 게 내 사생활 전부라서 다른 무엇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작년 12월에 퇴사했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걸리며, 야근도 거의 없고, 상당히 친절하고 좋은 직원들이 있는 회사였지만 그동안 하지 않았던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서 힘든 걸 각오하고 퇴사하게 되었다.
일부러 힘든 길을 택한 것은 내 나름 자극제를 찾기 위해서였다.
퇴사 후 두 달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며 지냈고, 3개월째 되는 달에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중에 업무 강도가 강하지만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분야 채용 공고가 올라왔고, (계약직이긴 하지만, ) 약 3주 후쯤 면접 연락이 와서, 나름 준비를 하고 갔는데 예상 질문은 다 빗나가고 내가 뭐라고 답한 지 기억도 안 나는 말들을 내뱉은 후 면접이 끝났다.
나이가 그 분야 평균 연령보다는 좀 적어서였을까, 떨어질 줄 알고 기대도 안 했지만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뻤다.
일을 지금까지 하면서 정신적인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좋은 자극이 되는 듯해서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적인 삶의 목표가 아닌 내 개인 삶의 이유를 찾진 못했다.
매일 생각해봤지만, 그 어떤 것도 와 닿지 않았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친구들과 시간 맞추는 것이 어렵고 혼자 가는 것은 몇 번 해보니 너무 무료했다.
그러던 중 어제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출연자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지인에게 물어보는 장면이 있었고, 지인은 '너는 먹는 거 좋아하잖아. 넌 살려고 먹니 먹기 위해 사니?'라고 말했고 그 출연자는 '아! 이거였다.' 하더니 바로 외출하여 먹고 싶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고 나 또한 '아!' 소리가 나더라,)
20대부터 30대 초반인 지금까지 쉬는 날 하루 전 밤엔 항상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해서 TV 또는 영화를 보며 한 주 피로를 풀곤 했는데, 너무 당연히 생각해서 놓치고 있었다.
중형 자동차, 집 마련, 결혼은 너무 멀고 힘든 목표인데, 나는 너무 큰 것을 바랐던 것 같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내 삶의 이유이자 일하는 목표로 정했다.
이 목표를 정하기 전에는 30분이면 사라질 음식을 몇만 원을 주고 먹는 것이 너무 아까웠는데, ( 그래도 다음에 또 사 먹게 되니 스트레스가 더 늘었다. ) 목표를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라고 정하니, 지출 금액에 스트레스를 안 받고, 일하는 이유, 삶의 낙을 알게 됐다.
어떤 이들은 안 좋게 볼 수도 있다.
외국어와 전문분야 공부를 해서 연봉이 더 높은 회사 이직을 목표로 하거나, 가치를 높여 배경과 개인 지적 수준이 높은 이성을 만나는 목표 등등이 아니라며 시시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소소하지만 당장 이룰 수 있는 내 목표를 시시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일하는 동기부여가 가장 확실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 취향은 절대적으로 일치하지 않기에 각 개인마다 삶의 목표와 이유가 같을 일은 절대 없으니, 어떤 이는 큰 목표를 두고 어떤 이는 나와 같이 소소한 목표를 두고 살기에 나는 모든 가치관을 존중한다.
어떤 한쪽이 정답이 아니기에,
언젠가 목표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의 나는 이 작고 소소한 것으로 삶의 이유를 찾은 것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브런치 글을 쓸 때 예전엔 연애 시절 달달한 느낌을 쓰거나, 이별 후 슬픈 감정을 쓰거나, 삶의 퍽퍽함을 쓰다가, 요즘엔 업무에 지쳐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글을 쓰지 못했다. (원래도 좋은 글을 썼던 건 아니지만,,) 집에서 잠만 자던 중에 삶의 소소하지만 큰 이유를 찾았고, 이 주제를 통해 다시 브런치에 쓸 내용이 생겨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주말이 되었다.
아직 삶의 목표와 이유를 찾지 못한 이들도
당장 손에 닿기 힘든 목표보단 아주 아주
소소하지만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