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는 이유

그리고 내가 못하는 이유

by 성호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자신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얼까


아마도

가슴 떨리는 설렘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인이 되기 전엔 연령대별로 흥미 있는 분야가 많고 또한 그만큼 호기심도 많을 시기지만


스물이 갓 지날 시기는 다수가 대학 과제, 수업, 알바, 취업 준비 등으로 호기심과 흥미는 점점 사라지더라.


나날이 치열한 삶을 버티면서 설렘이 흐려지고

얼굴에 가득 녹아있던 생동감은 나이를 먹을수록 사라져만 가는 듯하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바쁜 인생 속에서 가장 크게 설렘을 안겨주는 것은 연애가 아닐까


노래,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 등 수많은 매체에서 가장 많은 내용이 사랑, 연애가 있는 것처럼,


정신적 육체적 고됨이 연속되는 나날 중에서

너무나 힘든 일 이 있을 때,

기댈 곳 없이 혼자 감내하는 것보다

서로에게 위로를 해주고, 받는 관계가 있다는 것이 삶에 있어서 너무 큰 선물이 아닐까,


주변 사람들 중에서 갑자기 얼굴에 생기가 많아지고 밝아진 사람이 있을 때, 혹시 좋은 일 있니?라고 물으면 다수가 연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연애가 주는 생동감은 어마어마하다.


나 또한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설렘이 가득 해지는 사람을 만났었다.


초기에는 서로를 배려했고, 예쁜 말을 하며 대화하고, 좋은 모습만 보였고, 상대 또한 그러했다.


나에겐 밝은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어떤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았으며

밤을 지새운 후에도 그 사람을 만날 땐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 사람이 일이 있어서 본가로 이사했을 때, 나는 그 사람을 만나러 5~6시간 거리를 갈 때도 전혀 멀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자주 간 듯하다.


서너 달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점차 서로의 본모습이 조금씩 투영되었고

그 후엔 각자 본모습이 완전히 나타났다.


나에겐 상대에게 질투심이 많이 생겼고

상대는 나에게 배려심이 없어졌다.


상대에게 배려하며 맞출수록 상대는 점점 익숙해졌고,

상대에게 무얼 바라면서 배려하는 게 아니라고 착각했던 나는 점차 상대가 나에게도 비슷한 배려를 해주길 원했다.


내가 이만큼 배려해주었으니 당신도 내게 그만큼 배려해달라고,


상대는 그것을 피곤하게 생각했고

나는 점차 공허해졌다.


서로의 좋은 모습만 보고 설렘으로 시작한 연인 관계는 분노와 실망감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로 깨졌다.


그 사람이 잘못한 거야,
난 최대한 잘했고 노력했어,

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과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사람만 다를 뿐 상황은 비슷했다.


쯤되니 내가 잘못한 걸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이 들었고, 요즘에 알게 된 것은

나도, 상대도 잘못한 것이 아닌 그저 다른 환경에서 살며 다른 가치관과 다른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이 만나서 맞지 않을 뿐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가 말했다.

사랑은 잘 맞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나서 서로 맞추어 가는 거라고,


나도 맞추며 만나길 원했지만,

서로에게 감정 소모가 너무 커지는 것을

여러 번 겪으니 이제는 누구와 연애를 한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내가 연애를 하는 이유는 설렘이 좋아서였고,

지금 연애를 못 하는 이유는 설렘이 두려워졌음이,


연애할 때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실망감으로 변질되는 이별의 과정에서 겪는 감정들,


설렘의 기쁨보다 몇 배 커진 실망감과 분노가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헤어진 후 초기에는

그 사람이 더 안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심술이 많았다.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사람과 만나면서 미웠던 것들보다 좋았던 추억, 설렘들이 훨씬 많이 생각나고 슬펐다.


그 사람과

다시 만날 수도 없으며,

다시 만나기도 원치 않았고,

단지 그 사람이 더 좋은 상대를 만나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맞지 않는 나와 만나서 서로 아파했던 만남의 슬픔을 알기에,


나는 이별이 두려워서 아직 만남을 시작하진 못 하지만, 나와 만났던 이들은 꼭 훨씬 더 좋은 사람과 만나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길거리에서

서로 팔짱을 끼며

서로 마주 보고 걷는

연인들을 보면

그 예쁜 만남을 유지하는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가득한 그들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그리고 참 예쁘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상처 받지 않을 연인을 만났으면 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내게도 그 날이 온다면 예전에 머금고 있었던 생기가 다시 얼굴 표정으로 번져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조금 가지며, 오늘도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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