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회사 탐방 인터뷰 - 미디어 오리 / 3편 : 김나리 대표
*본 인터뷰는 2편에서부터 이어집니다. (2편 인터뷰 보기▶)
*본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보기▶)
Q. 영상 채널 인터브이를 만들 때 콘텐츠 타깃이 대표님이었다고요.
저는 진짜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타깃을 저로 삼았어요. (웃음)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지만, 회사에서는 여러 이유로 시도하지 못하잖아요.
‘인터뷰 영상은 내 마음에 들면 된다’는 마음이었고. 나 같은 사람이 한두 명씩 보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쩌면 철없는 생각인데 한편으로는 ‘가장 내 마음에 드는 영상을 만들었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가’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죠. 요즘에는 많이 바뀌었어요.
Q. 요즘에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일단 제가 좋아하는 영상은 유튜브에 올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웃음) 그래서 유튜브보다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영상을 기획하고 있어요. '우사얼', 우리가 사랑한 얼굴들이라고 해요. 굉장히 짧은 인터뷰 콘텐츠죠.
이 콘텐츠는 우리 팀이 닷새 동안 시간을 비워 스프린트를 해서 나온 거예요. 첫날에 정의한 것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날에 테스트 고객들한테 검증까지 받았는데 그때 프로토타입*이 다 나왔어요.
*스프린트: 어려운 프로젝트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5일짜리 프로그램이다.
*프로토타입: 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ㆍ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간단한 시제품
인터브이는 어떤 포맷을 개발해서 어떤 타겟층을 공략하여 조회 수를 만들어내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에요. 각자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영상을 끌어내는 것이 목표예요. 사실은 그래서 더 효율적입니다.
보통 미디어 사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지점이 영상 만들 때 돈이 많이 든다는 거예요. 보통은 포맷대로 만들어야 하니까 맨날 같은 일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기 역량이 나오지 않아요. 그 사람이 직관적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끌어냈을 때 퍼포먼스가 제일 잘 나오잖아요. 그걸 활용해 보자는 게 인터브이의 생각이고요. 인터브이 같은 경우는 완전히 반대 실험을 하는 거예요. 생각보다 힘들진 않습니다. 아직 망하진 않았고요. (웃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거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아세요?
Q. 글쎄요. 영화는 흐름을 장악한다?
비슷해요. 제가 영화 할 때의 믿음 중 하나는 웬만하면 관객들이 중간에 안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었어요. 그 사람이 시간을 장악했으면 나는 이 사람에게 내 콘텐츠를 위해서 준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이 사람한테 어떤 경험을 줘야 하는 거예요. 지금의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는 이 시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시간을 계속 쪼개어 확보해야 해요.
저는 시청자들이 저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을 때 그들이 그 시간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인터브이를 유튜브에서도 그 시간을 기꺼이 내줄 사람들을 중심으로 시작하기도 했죠.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 부분과 그리고 시간이 확보된 상황에서 나에게 내준 그 시간 동안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는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눠보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10년은 하겠다고 했어요. 벌써 2년째인데, 매년 다시 10년으로 갱신되고 있습니다. (웃음)
Q. 만약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면 다뤄보고 싶은 주제는요?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시거든요. 아버지가 본인 농장 이름을 걸고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농장 홍보 콘텐츠도 아니고 그냥 키우시는 백봉 오골계를 찍어요. 거의 브이로그로 일기를 쓰세요.
그런데 저는 유튜브에서 일상을 한 번도 안 남겨봤어요. 그래서 농촌 콘텐츠, 식물 콘텐츠는 시간 되면 늘 하고 싶은 거예요. 요즘엔 바빠서 못하고 있지만 10년 정도 이 사업하고 팀원들 중의 한 명에게 대표를 맡기고 저는 농업 미디어 할 거예요. 누군지 내정도 해놨어요. (웃음)
Q. 일과 별개로 즐기는 콘텐츠가 있나요?
특히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요. 평생 거의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살아왔고 다큐멘터리 전문가로 지금 숏다큐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저는 제 여유시간 대부분을 드라마 보는 데 써요. 대장금은 세 번 정주행 했어요. 제가 한국 드라마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드라마가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Q. 미디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셨는데, 미디어 산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인사이트나 새로운 실험에 대한 소식들을 말씀드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 미디어를 시작하는 분들이 앞으로 들을 법한 이야기에 대해 전하고 싶어요.
창업 관점에서 ‘미디어 창업은 비즈니스 모델(*수익창출 모형)이 없잖아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요. 미디어 사업은 제품이 없다는 거죠. 보통 미디어는 투자에 의존하거나 다른 비즈니스를 찾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고요.
비즈니스 모델이란, 내가 치킨집을 하려고 하는데 나의 제품은 치킨이에요.
치킨을 팔면 돼요. 이렇게 명확한 수익모델이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그런데, ‘치킨이 안 팔리면 비즈니스 모델은 작동하지 않아요.’
그런데 미디어 쪽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숨어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미디어가 근데 제일 돈 많이 벌지 않아요? 투자를 잘 못 받아서 그렇지. "
미디어는 현재 가장 투자가 안 되고 있는 창업 업종 중의 하나면서 동시에 실제 매출은 꽤 잘 나오고 있는 업종이에요. 미디어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고 아직 그 실험들이 끊임없이 진행 중입니다.
Q. 미디어 산업에 진출하는 여성 리더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동종 업계의 산업에 대해 한마디 해준다면요?
미디어 산업에 지금 여성들이 많이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러 갔을 때 여성이 거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 세대 여성들이 많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여성들이 되게 많이 진출하는구나,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이나 구조는 아직 변하지 않았어요.
남성 중심이에요.
많은 사례들을 보면 여성들은 진출했다가도 다른 직종으로 밀려난다거나 조직 안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 막히는 거예요. 이건 구조적인 차별이 현재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이 자기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나가버리거나 다른 직종을 선택해 경력 단절이 생기거든요. 쭉 견디려면 내가 어떤 조직이나 사회 안에서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결과물은 정신적인 우울감으로 나타나거든요.
현재,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그 자리에 관한 책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주변에 제 나이 또래나 저보다 조금 더 나이 많은 분들하고 모여서 ‘우리가 힘이 되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Q. 마지막으로 미디어 창업을 도전하려는 여성분들에게도 해줄 말이 있다면요?
창업은 기본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 이면에 ‘나 이거 계속할 수 있어?’라는 질문이거든요.
20대 때 집이 하루아침에 망했어요. 그전에는 여유 있게 학교에 다녔는데 갑자기 경제적인 지원도 떨어지고, 아르바이트도 나가고, 그렇게 살았는데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죽는 줄 알았는데 나 하나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걸 경험하니 그전에 있었던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거예요. "나 하나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는 게 개인한테 되게 중요한 자신감이더라고요. 내가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경험 이후에는 자신감 또한 생겼어요.
지금 당장 자신감이 적다고 해도 어차피 경험이 그 자신감들을 채워줄 거예요. 미래에 있을 나의 자신감을 어느 정도 믿고 시작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미디어 산업에도 창업하려는 분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눈앞에 벽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땐, SNS를 통해서든, 저희 중 누구에게 연락해서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려주세요.
미디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이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군을 운영하는 미디어오리의 김나리 대표님을 만나 일과 삶에 대한 관점을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내내 느껴진 대표님은 같은 여성의 입장 그리고 창업가로서 전하고 싶은 생각을 오롯한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분이었어요.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힘찬 메시지를 전하는 솔직한 지지자요.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팀이라면 미디어오리 그리고 대표 김나리를 기억해주세요!
*인터뷰를 영상으로도 만나 보세요. (바로보기▶)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스여일삶 이수진, 김진영 에디터 / 편집 : 구아정, 김지영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수빈
더 많은 스타트업 여성들은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Homepage: https://startupwomen.co.kr/
- FB community: https://bit.ly/스여일삶_커뮤니티
- Newsletter: https://bit.ly/스여일삶_뉴스레터구독
- Youtube : http://bit.ly/여돕여TV
- Kakao : https://bit.ly/SWIK_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