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나도 인스타를 해볼까 해.
구 : ㅇㅅㅇ
이님은 IMC 마케터로 수많은 기업의 마케팅,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 전략을 수립해왔지만, 어쩐지 개인 인스타는 하지 않았다. 세이클럽부터 이어져온 나의 SNS 인생과는 참 다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세이클럽,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 등을 거쳐 2019년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해왔다. SNS 경력만 어림잡아 20년 된다. 친구들과 소통하고, 덕질하기 위해서라도 SNS는 꼭 필요한 공기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SNS력을 꾸준히 키워온 덕분에 페이스북 커뮤니티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브런치를 통해서는 이런저런 기회도 얻고 있다. 프리랜서인 나에게 SNS는 일상을 넘어 '나의 일'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이다.
반면, 이님에게 SNS는 귀찮은 것이었다. 채널을 관리하는 게 업이다 보니 개인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의 나를 보며 이님 역시 SNS의 매력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나도 옆에서 적극적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해보라고 추천하기도 했고.
(*생생한 대화를 글로 구현하기 위해 대화내용 중에는 인스타그램 대신 '인스타'로 표기한다.)
브랜드 SNS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렇다고 이님이 SNS 생태계를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다. 마케팅 전문가니깐 당연히 '전략적' SNS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브랜드가 SNS를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할지, 큰 전략 안에서 SNS는 어떤 의미를 담아내어야 할지, 전략과 전술을 기획하는 데에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그래서 나 역시,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 인스타그램이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종종 묻고는 한다. 그럼 이님은 진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구 : 그럼, 브랜드가 SNS를 할 때 젤 중요한 건 뭘까?
이 : 그건 당연히 팬이지. 팬덤.
이 : 생각해봐. 브랜드가 인스타를 왜 만들어?
구 : 홍보하기 가장 쉬운 수단이니깐? 접근성이 좋아서?
이 : 그치. 홍보를 왜 해? 누구한테 하는 거야?
구 : 소비자한테 하는 거지?
이 : 결국 그 소비자를 우리 브랜드 팬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잖아.
구 : 그.. 렇지. 근데 진짜 인스타로 팬덤 형성하는 건 너무 어려운 거 같아. 사람들이 빙그레우스만 생각하고서는 그렇게만 하면 될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빙그레우스라서 된 거지 우리가 한다고 된다는 보장도 없잖아.
이 : 맞아. 그래서 브랜드에서 SNS 채널을 만들 때는 고객을 자사의 팬으로 만들기 위해, 잠재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서 콘텐츠를 짜야해. 그리고 여기에 트렌드까지 반영해야지.
브랜드 채널 성공 전략 = 팬덤 형성 = 타깃 니즈 + 트렌드 반영
이님은 SNS 전략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위 공식이라고 한다. 어느 책에서 나왔던 것은 아니고, 이님의 경험 속에서 얻게 된 공식이다. 이 공식을 기반으로 각 채널 별 전략을 더 구체화한다는 것.
구 : 그럼 SNS가 엄청 많잖아. 각 채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야?
이 : 일단, 요즘 젤 잘 나가는 유튜브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재미'라고 할 수 있지.
단순 검색량으로만 보면 이미 유튜브 검색이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를 훨씬 뛰어넘었잖아. 그만큼 정보를 찾기 위해 유튜브 사용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브랜드 입장에서는 정보 말고도 자사만의 재미가 있어야지. 여기서 말하는 '재미'라는 건 단순한 'FUN'이 아니라 타깃이 브랜드를 바라보는 코드 같은 거야.
구 : 타깃이 얻고 싶어 하는 정보와 브랜드가 타깃으로부터 얻고 싶은 키워드의 접점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겠네.
이 : 그치. 그래서 타깃의 니즈와 어떤 트렌드에 움직이는지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하지.
이 : 인스타나 페이스북, 블로그와 같이 많은 기업에서 주료 사용하는 채널들은 각기 다른 테마로 가져가기보다는 하나의 테마를 선정하고, 그 컨셉하에 채널별 역할을 주는 게 중요해. 그래서 채널이 갖고 있는 원래 성격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게 중요해.
예를 들어, 브랜드가 A라는 주제가 있다면 이걸 인스타에서는 시각적으로, 페이스북에서는 소통을 위주로, 블로그에서는 가치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하는 거지.
구 : 그럼 유튜브는 A 주제를 제외하는 채널인 거야?
이 : 여기서 유튜브의 역할은 A에 대해 간접 경험을 하게 해주는 거야. 그럼 A라는 주제에 대해 통일성 있게 채널을 운영할 수 있지.
SNS 트렌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구 : 해외 말고, 국내 중에 잘한다고 생각하는 계정이 있어?
이 : 채널 운영을 잘하는 곳은 많은데, 팬덤을 만든 곳은 몇 군데 없지.
국내에서 SNS는 아직까지는 '콘텐츠 트렌드'로 치고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그래서 잠깐 주목받는 채널들은 있는데, 꾸준히 잘하는 국내 브랜드 계정은 드물지.
구 : 브랜드 자체가 강력한 팬덤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진짜.. SNS, 특히 인스타는 유행이 너무 심해. 빙그레우스만 봐도 그래. 그거 뜨니깐 다 그렇게 한다고 하고.
이 : 맞아. 홈플러스가 그 문을 열었잖아. B급 감성과 패턴 이미지가 F&B와 뷰티 인스타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필라이트 코끼리나 진로 두꺼비 같은 캐릭터 열풍이 있었고. 그리고 빙그레처럼 캐릭터로 출발해 세계관까지 확장하면서 엄청 유행했지.
이 : 그런데 이런 트렌드가 지금도 먹힐까 생각해보면 아마 아니지 않을까? 진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거라 생각해.
그래서 채널의 역할을 구성하는 것만큼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
시작은 유튜브였으나..
SNS 전략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이님이지만, 막상 우리의 SNS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SNS를 전략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브런치에 앞서 우리 구이부부는 유튜브를 찍으려 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유튜브로 담아내면 어떨까 하는 이님의 아이디어에 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장비도 사고, 영상도 찍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마케팅 전문가'인 이님은 대충 보여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황에서 계정을 오픈하고 싶어 했다.
이님과 반대로, 나는 개인 계정은 기업과 브랜드의 것과는 다르다고, 날 것의 느낌이 오히려 더 좋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단 하나라도 올려야 계속하게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편집할 시간이 없어 2편만 찍고 그만두었다.
그렇게 구이부부 노트는 몇 달이 흐른 후, 브런치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마케터 전문가가 시작한 개인 인스타, 과연...?
매우 진부하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중이 제 머릴 못 깎는다.'
이님은 현재 전략 수립을 하며, 직접 실행을 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실행도 직접 했다.)
에이전시라고 해서 모든 일을 직접 하지 않는다. 기업에서도 마케팅, 영업, 제조 등 구분되듯, 대행사 역시 기획, 제작, 실행 등 다양한 업무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님은 그 안에서도 '전략 총괄과 영업' 파트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영역의 일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기획 - 제작 - 실행'은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각자가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일을 서로 주고받고, 기획 의도와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랜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 역시 기획자일 때는 정말 '기획'만 했다. 하지만 프리랜서를 하면서 실무를 직접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특히 브랜딩 컨설팅 업무와는 달리, 직접 제작하고 실행해야 할 것들이 생기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SNS'이다.
SNS 운영을 위해서는 직접 사진도 올리고 글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나 개인 계정을 많이 보며 어떤 사진이 인기가 좋은지, 글은 어떻게 쓰는지 계속해서 찾아본다. '아 요즘엔 이런 구도가 유행이네', '요즘엔 이런 느낌이 유행이구나', '오, 이런 느낌도 괜찮다' ..
다양한 계정들을 보며 브랜드 계정에도 적용해보고, 테스트 겸 개인 계정에도 적용해본다. 즉, 나는 SNS 운영을 위해 이것저것 직접 시도 해 보는 중이다.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보정값도 외워서 그대로 올려보고 이전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인스타를 직접 해본 경험이 적은 이님은 본인의 계정을 다루는 것이 매우 어색해 했다. 사진 올리는 것을 보며 답답한 나머지 내가 보정을 해주었는데, 이게 그리 잘한 보정도 아니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이님은 '너 되게 잘한다'라며 놀라워했다.
이 : 중이 제 머릴 못 깎는다고... 이것도 직접 안 하니깐 모르겠네.
(내가 하는 걸 힐끔 보더니) 역시.. 직접 해 본 사람은 다르다...
구 : .. 그래도 나 나름 SNS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 물론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 인스타를 시작한 후로는 평소 잘 볼 수 없었던 이님의 모습을 보며 계속 놀라워하는 중이다.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고, 내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나는 이님을 독려하기 위해 기꺼이 나의 얼굴을 전체 공개로 올리는 것 또한 허용했다.
이님은 마케터의 일상을 올리는 계정으로 일단 시작했다. 그가 어떤 일상을 인스타에서 펼칠지 궁금하다면 팔로우를 해보자. 다만, 마케터라고 개인 인스타를 모두 전략적으로 잘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님은 철저하게 일상 그대로 보여줄 예정이다.
나는 일상과 분리된 '일하는 아바' 계정을 따로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