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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Jan 20. 2022

기업은 '제페토'를 왜 그렇게 원할까?

메타버스 솔루션과 IMC본부를 맡고 있는 이님과 최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바로 '제페토'이다. 메타버스의 대표 플랫폼이기도 하고, 요즘 브랜드가 가장 협업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침 얼마 전에 '메타버스'를 주제로 칼럼을 하나 썼던 터라 제페토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구 : 참 얼마 전에 게더타운으로 한다는 건, 잘 해결됐어? 
이 : 아, 지금 알아보는 중이야.
구 : 스여일삶에서 게더타운으로 행사했을 때 우리는 좋았었는데. 


나는 지난 12월, 커뮤니티 스여일삶에서 게더타운으로 연말 행사를 했었다. 게더타운의 경험이 만족스러웠던 터라 이님에게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 : 그런데 대부분의 브랜드에서는 제페토를 하고 싶어 해. 

구 : 아무래도 지금 가장 핫하잖아. 기업은 그렇잖아. MZ가 뭐 한다더라~ 하면 일단 들어가고 싶고, 들어가면 다 될 거라는 생각들을 하잖아. 마치 그런 거지. 로드숍 시절에 명동에 매장 냈다가, 가로수길에 팝업 했다가, 그게 지금은 제페토가 된 거지.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제페토와 Z세대로 이어졌다.



이 :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페토를 활용해 무언가를 한다면 바로 이슈가 될 거라 생각하는데, 이게 문제가 돼.

지금 메타버스는 이미 목적이 되어 버린 상태라 이러한 메타버스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지 정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플랫폼이더라도 성공하기는 어려워.
 
그리고 제페토는 MZ라기보다는 GEN Z에 최적화되어 있어. 애초에 MZ는 너무 넓고, 제페토를 하려면 GEN Z에 최적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필요하지.  



제페토 X 하우스 도산



구 : 실제로는 그게 다가 아닌데. 잘 됐다는 브랜드도 보면 오프라인에서도 이미 팬덤이 있던 브랜드였어. 생판 모르던, 신생 브랜드는 아니었지.

나 얼마 전에 칼럼도 썼는데, 메타버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거기서 무엇을 할 것인지 '브랜드 경험'이 중요하다는 글을 썼거든. 진짜 중요한 건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메타버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플랫폼 이야기만 있지 결국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칼럼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메타버스가 아니어도 됩니다.' 칼럼 보기



이 : 맞아. 플랫폼마다 성격이 다르지, 거기에 현재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 깊게 자리 잡은 제페토의 경우 이미 플랫폼만의 팬덤이 형성되어 있어서 장단점이 명확해. 

구 : 제페토는 1020세대가 노는 곳이고, 게더 타운은 기업이나 스타트업 쪽에서는 재택근무용으로 쓰기도 하더라고.


CJ올리브네트웍스는 21년 9월, 게더타운으로 하반기 공채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페토는 10대가 주축이 되어서 노는 하나의 공간이라 생각해.

그래서 제페토 플랫폼은 Young Gen Z 중심의 타깃형 플랫폼이라 볼 수 있고, 그 외 다른 플랫폼은 목적형 플랫폼이라 볼 수 있어.



제페토는 타깃, 게더타운은 목적형 메타버스



구 : 오 이거 되게 맞는 말이다. 제페토는 진짜 1020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고 게더타운은 임시로 딱 만들어서 모이고 헤어지고. 

이 : 업계 관점에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제페토 플랫폼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아.

구 : 어떤 점이 어려워? 

이 : 우선 기업은 제페토를 이용하지 않는 외부 고객들을 초청해서 제페토 내 구축된 브랜드를 경험시켜 줘야 해. 기존 이용자라 해도 마찬가지야. 제페토에는 있지만 우리 고객은 아니니 유입시켜야 하지. 



제페토에는 1020세대가 몰려 있다. 그곳에 우리 브랜드 맵을 만들면 자연스레 노출이 될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명동이나 가로수길을 생각해보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고 팝업 스토어를 연다고 해서 고객이 절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제페토도 마찬가지다. 



이 : 일시적인 이벤트로 외부 고객을 유입시킬 수는 있지만, 제페토 자체(개발사)의 한계로 인해 지속적인 경험을 주는 건 어려워. 더불어 기존 제페토의 이용자인 10대 역시 관심이 없다면 브랜드 맵에 들어가질 않아.

오히려 10대들이 타깃이라면 IG, 틱톡, 젠리 등을 활용하는 게 훨씬 더 좋을 거야.  

게더타운은 플랫폼 자체의 기능에 있어서 제페토보다 이용이 용이해. 예를 들면 동접 가능인원이라던가 PC에서도 구동이 가능한 점 등에서는 오히려 제페토보다 사용성이 좋아. 물론 제페토보다는 맵을 개발하는 비용이 더 크긴 하지만 짧은 기간 프로모션 캠페인을 펼치기에는 어떻게 보면 더 적합할 수 있지.



로블록스의 가치는 40억 달러이다. (한화 4조 7,604억 원)


메타버스 대표 플랫폼으로는 제페토와 로블록스가 있다. 

 

가입자만으로 보면 제페토는 2억 5천만 명, 로블록스는 2억 200명으로 제페토가 앞서고 있다. 하지만 창작자와 창작자 콘텐츠 수는 제페토가 100만 명/250만 개 이상, 로블록스가 800만 명/4천만 개 이상으로 앞서는 중이다. (출처 : 매일경제) 여기에 2021년 국내 구글 사용자가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 순에서도 로블록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페토와 로블록스는 성격이 다르긴 하다. 구글 플레이 기준, 제페토는 '엔터테인먼트', 로블록스는 '게임'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브랜드가 1020 세대가 좋아한다고 해서 쫓아가면 이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거나 떠나고 없다. 페이스북이 그랬고, 인스타그램이 그랬다. 오히려 3040에게 시들해진 트위터나 블로그가 역으로 1020 세대가 즐겨 찾는 SNS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구 : 브랜드가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 이미 늦은 거지. 1020 세대들은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리니깐.

이 : 1020 세대는 굳이 제페토일 필요 없어. 그것 말고도 할 게 많아. 그냥 수많은 SNS 중에 하나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건데 기업에서는 너무 '제페토'를 바라보고, 들어가고 싶어하지.

구 : 나는 제페토든, 게더타운이든, 메타버스를 하기로 했다면 일단 담당자들이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어. 그냥 '카더라'만 듣고서는 '이게 요즘 인기 있고 잘되니 이걸로 합시다.'라는 경우가 너무 많아. 일단 한번 들어가서 뭐하고 노는지 살펴보고, 뭘 좋아하는지 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우리 브랜드와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것인지, 적합한지도 살펴보면 좋겠고.

이: 내 생각에도 그래. 메타버스는 목적이 아닌 하나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봐. 




메타버스는 목적이 아닌, 하나의 수단


이 :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어떤 플랫폼을 이용할 것인지, 고객의 유입을 위해 홍보 수단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A to Z를 정리하는 거지.

단순히 '자, 메타버스 해보자!! 우리도 잘되겠지!!' 이러면 안 되는 거고.



제페토는 여전히 1020세대에게 인기다. 이용자 중 80%가 Z세대이다. 미래 소비자가 몰려 있는 만큼 기업에게는 '미래 먹거리'로서 매력적인 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고 덥석 들어가기에는 이도 저도 아닌 브랜드로만 남게 된다.


Z세대는 대충 하는 걸 싫어한다. 흉내만 내서 그럴듯하게 만드는 건 단번에 알아본다. 이들이 어떤 세대인가? 날 때부터 디지털과 함께 커왔고 학교에서 컴퓨터와 아이패드로 수업하고 필기하는 게 당연한 세대다. 어쩜 지금 브랜드 담당자인 3040세대보다도 디지털 세상은 더 잘 다룰지도 모른다. 


기업은 마치 금싸라기 땅에다 매장만 만들어 놓으면 다 될 것 같은 환상을 갖고 있지만, 1020 세대는 좋은 것, 재미있는 것만 찾아보지 의미 없는 곳에 시간과 돈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잘 모르는 세상일수록, 그들만의 리그일수록 더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 최적의 접점을 찾아내어 경험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계획 없이 '제페토'니깐 다 될 거라 생각하면 위험하다. 제페토는 '솔루션'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를 경험하게 할 또 다른 수단일 뿐이다. 



올 한 해 역시 메타버스의 세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여기에 NFT 등 가상 화폐까지 활성화된다면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잠깐 행사하고 마는 '팝업'이 아닌, 그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드는 것- 진짜 현실과 같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건 제페토가, 로블록스가 해결해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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