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ovie Sav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uabba Mar 01. 2018

조금은 다른 사랑을 꿈꾼다면

현실적이지 않아서 더 가슴아픈 기이한 판타지 로맨스


아이가 있으면 영화보기가 참 힘들다. 이제 어린이집을 다니니 낮에 짬을 내볼 수는 있겠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집의 IPTV 값은 꽤 나온다. 그래도 둘이서 영화보면 2만원인데, 1만원 정도에 신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어제는 미루고 미루두었던 '너의 이름은.'을 보았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라 IPTV에 뜨면 당장 봐야지 했지만, 왜인지 미뤄두게 되었고 이제사 본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볼때마다 늘 뮤직 비디오 한편을 보는 듯 하다. 아름다운 풍경과 아름다운 가사와 아름다운 이야기들. 보고 있으면 도쿄에 가고싶어지게 된다. 


너의 이름은. (your name., 2016)

제목에서 '너의 이름은.' 하고 찍히는 '온점(.)'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들었던 터라, 대체 무슨 의미일까. 왜 물음표나 느낌표도 아닌, '온점'일까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보고나니 알겠더라. 아, 너의 이름은. 


일본은 관계에 있어 '끈'을 참 중요시 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나나' 라는 만화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은 '붉은 실'로 이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매듭끈' 그것도 '붉은색 매듭끈'이 두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 그리고 궁금한 것 한가지- '무스비' 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무스비는 주먹밥 아닌가? 하필이면 남자 주인공이 주먹밥을 먹는데 '무스비' 이야기가 나온다. 한자가 다른건가? 일본 잘 아는 분은 설명을 좀.. 해주세요.. 




'너의 이름은.'을 보고 나니 긴 여운과 함께 몇 가지 영화들이 떠올랐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 나도 모르게 더 빠져 드는 그런 이야기들. 판타지 로맨스라고나 할까. 

모두의 사랑이 다 다르고, 특별하겠지만서도- 특별히 더 특이한, 그리고 기묘한 그런 로맨스 영화들이 떠올라서 '너의 이름은.'과 함께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주의1) 다음의 영화 이야기들은 절대 현실에서 일어 날 수 없는 러브 스토리이므로 너무 빠져들지는 말자. 

**주의2) 약간의 스포를 포함할 수 있음


Edited by Movie Saver.

#판타지로맨스 #기묘한이야기 #영화추천 #무비세이버




1. 러브미 이프 유 대어 (Love Me If You Dare, 2003)



8살짜리 두 소녀 소년이 내기를 시작한다. 사탕 상자를 주고 받으며 상대방이 해야할 내기를 정해 주는데, 그 종목들이 쉽지 않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그 내기는 10년이 지나도록 이어지는데. 결혼까지 망쳐야 하는 내기로 두 사람은 절교 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사탕 상자가 배달이 되고 두사람의 내기는 다시 이어진다. 


이 영화에서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극명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미친싸이코 영화라는 평이 있을만큼 (.. ) 평범한 로맨스 영화는 아니다. 아니, 저 내기를 꼭 해야하나? 왜 해? 미친거 아냐? 영화를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이어지는데, 묘하게 빠져든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매력적이긴 하다.)

이 영화가 호불호가 갈리게 되는 이유는, 마지막 장면 때문인데 이는 굉장한 스포가 되므로 말하지 않겠다. 


프랑스 영화는 이런거야? 라고 하는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 프랑스 영화 입문용으로 아멜리아와 함께 추천한다. 


판타지 별점은 ★★☆☆. 아주 현실에 없을 이야기는 아니다. 



2. 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2007)



예술고의 풋풋한 10대의 사랑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화려한 피아노 연주곡으로 영화가 유명해지기도 했고, 커버가 많이 되기도 했고, '음악영화'로 분류가 될 수도 있을법하다. (그 연주장면은 정말 아름다움!) 


10대들의 로맨스 답게 풋풋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예술고' 라고 하는 특정 집단에 대해 괜한 로망을 갖게 하기도 한다. 


두 남녀가 그렇게 평탄하게 사랑을 이어갈 줄 알았는데, 원래 러브 스토리라는게 여주가 아파줘야 마땅하기에(?) 이 영화도 그런 뻔한 스토리를 가져가는 구나 싶었다.


BUT!!

그런 뻔하고 뻔한 스토리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그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식스센스급 반전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번 더 보게 만든다. 반전을 알기 전과 후,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 달라진다. 

로맨스 영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공포스릴러가 아닌가 싶을정도로 소름 돋는 영화.


더 소름 돋는 건, 주걸륜 감독 / 각본 / 주연 으로, 다른 의미로 1인 3역 하는 영화. 피아노까지 직접 연주했다고 하니 그냥 본인 하고 싶은거 다 하려고 만든 영화인듯. 


판타지 별점은 ★★. 내가 만약 남주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3. 뷰티 인사이드 (The Beauty Inside, 2015)

 포스터 한장으로 영화가 다 설명이 된다. 


매일 얼굴이, 나이가, 성별이 바뀌는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 

그 여자는,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간에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그러기가 어디 쉽나. 매일이 달라지는 모습에 심지어 어떨때는 여자가 되고, 어떨때는 초딩이 되고, 어떨때는 국적마저 바뀌어 버리는데. 그 사람 조차 자신의 모습을 예측하기가 어려운데 그 여자는 얼마나 힘이 들

까. 


'다 기억 나는데, 그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나' 

외면이 매일 바뀌는 남자, 그로 인해 힘들어서 '마음'이 변한 여자. 그 둘의 로맨스를 따라가며 나는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인냥 같이 아파하고, 울면서 봤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 DVD까지 구매 했고, 한번씩 꺼내서 보는데 볼때마다 우는 것 같다. 최근 본 한국 로맨스 영화 중에 최고라고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이 영화도 평으로만 보자면 호불호가 엄청 갈리는 영화다. 제목과 달리, 외면의 뷰티를 중시하는 외모지상주의 영화라는 비평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영화 니깐- 그러니깐 그 수많은 날들 중의 일부가 그럴 뿐이지 영화에서 늘 잘 생긴 외모로만 나오진 않는다. 왜, 잘생김 때문에 사랑을 한다고 생각할까. 그건 한순간일텐데. 그런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여자이고 꼬마이고, 노인이 되는 날들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여자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건데. 나는 여자가, 진정으로 그 사람의 내면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제목처럼. 


판타지 별점은 ★★. 처음은 재밌겠지, 흥미롭겠지. 하지만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별로 꿈꾸고 싶지 않은 로맨스 이야기.



4. 그녀 (her, 2013)



가장 좋아하는 SF영화는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본다면- 스타워즈!!!!! 와 같은 대작을 이야기 해야하지만 나에게 최고의 SF영화, 최고의 로맨스영화, TOP2영화는 바로 '그녀(her)' 다. (TOP1은 아껴두고 아껴뒀다 꺼낼거다!!!)


엥? 이게 무슨 SF 야... 라고 하겠지만, 이 영화가 나올 당시만 해도 (벌써 5년전이라니..) 인공지능이 이제 막 대중화 되기 시작했던 때라 굉장히 참신한 소재였고, SF의 뜻이 '공상과학 소설' 이니 이 영화가 SF가 아닐 이유는 없다. (오히려 미래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그 어떤 영화보다 현실적인 SF영화다.)


아니,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니 이게 말이나 돼? 

하지만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사람 대 사람의 사랑보다 훨씬 더 애잔하고, 훨씬 더 러블리하고, 훨씬 더 애틋하다.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이들은 이들 나름의 방식대로 서로를 바라보고, 만지고, 안아주고 있다. 


'그녀'는 개봉 당시 참 많은 해석들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던 영화다. 

인상깊었던 스토리 중에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 영화 편집 과정에서 여자주인공을 스칼렛요한슨으로 변경하고, 스칼렛요한슨은 목소리만으로 로마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영화 속에서는 차가 지나는 거리가 나오지 않으며, 이를 위해 상해의 거리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 원제는 'HER'이지만, 왜인지 국문제목은 '그녀' 이다. 목적어가 아니라 주어인 점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그녀'에서 나오는 노래들이 너무 아름답고 예뻐서 한동안 내 플레이리스트를 장악했고, 스틸컷 하나하나 다 예뻐서 모바일이고 랩톱이고 배경화면을 죄다 '그녀'로 저장 해두기도 했었다. 


완벽한 SF영화로, 완전히 허구라는 것도 아는데 왜인지 몇 년 후면 있을 법한 이야기라 더 끌리고, 공감이 되고, 영화 속에 한동안 빠져 살았던 것 같다. 

'AI' 라는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어쩌면 미래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녀'를 보고나니 왠지 지금 누군가는 조금 다른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SF영화가 꼭 외계종족(!)이 나와야만 되는건 아니구나 라는걸 깨달으며, 이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SF가 될 수 있구나를 알게 해준 영화.


판타지 별점은 ★★. 이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니깐. 아주 없을 법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판타지 로맨스 영화를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천녀유혼이 있다. 

귀신과의 사랑이라뇨. 하지만 귀신이 왕조현이라면 그럴법도 하다. 

지금봐도 넘 예쁜 왕조현 ㅜㅜ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후'가 고민일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