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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Jul 03. 2018

감히 여자가 축구를..?

월드컵과 축구 영화 : 슈팅 라이크 베컴 (2002)


스포츠 영화는 많지만, 유독 '축구' 관련 영화를 찾기는 어렵다. 그래도 생각나는 영화 한 편씩은 다들 있을터.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 축제 속에서 한 번씩은 언급되는 이 영화, 내가 고른 축구 관련 영화는 바로 '슈팅 라이크 베컴'이다. 





인도 소녀 제스 Vs. 영국소녀 줄스 


베컴 사진으로 도배가 된 소녀의 방. 그리고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한 소녀. 그런 그녀에게 소리치는 부모님... '연예인'을 좋아하는 10대 소녀를 혼내는 건가 싶지만, 사실 이 소녀는 베컴처럼 슈팅을 하고 싶은 축구 지망생이다. 



한편, 속옷 가게에서 속옷을 고르고 있는 영국인 모녀. 심플한 디자인을 고르는 딸에게 화려한 속옷을 권하지만 소녀는 이내 쓸데없다며 자신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고른다. 그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엄마. 그러든지 말든지, 이 영국인 소녀는 또 축구를 하러 간다. 



감히 여자가 축구를......?

축구 Vs. 가족, 인종, 성별, 문화,.....  

'키이라 나이틀리'의 초기작으로도 알려진 이 영화는 제목만 보면 '축구'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축구는 하나의 소재일 뿐, 이 영화에서는 사회적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자라서, 인도인이라서, 힌두교라서... '

'~라서'라는 조건 때문에 제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축구도, 연애도 하지 못한다. 게다 제스의 언니 혼사가 왔다 갔다 하는 시점에서는 더 못할 짓이었다. 자고로 여자란 집안일 잘 배웠다가 잘난 인도 남자한테 시집가면 되는 것을 왜 사서 고생이냐는 엄마와 아빠의 일침. 


많은 장벽 앞에서 몇 번이고 좌절하는 제스는 자유롭게 축구를 하는 줄스를 부러워 하지만, 줄스 또한 축구 인생이 쉽지 만은 않다.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속옷을 고르는 줄스의 엄마는 축구를 하는 자신의 딸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남자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자 답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도 영국인 여성답게) 점잖지 못하기 때문에.. 



축구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제스 


가족의 반대, 심지어 레즈비언(!)이냐는 오해 등 온갖 눈초리와 소문을 견뎌내야만 하는 제스는, 그래도 계속해서 축구를 한다.

그녀가 축구를 할 때만큼은, 여자도 아니며, 인도인도 아니고, 힌두교 인도 아니었다. 그냥 공을 차고 골을 넣는 축구 선수일 뿐이었다. 그래서 제스는 축구를 할 때만큼은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영국인 코치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흉터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짧은 스포츠 바지를 입고 경기장을 뛴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그래야만 했던 것들이 축구를 할 때에는 의미 없는 것들이 된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그저 열심히 슈팅을 하는 것뿐이었다. '베컴'처럼 멋진 골을 위해. 



Bend it like Beckham


프리킥을 앞에 둔 제스. 그녀의 눈앞에는 '벽'이 펼쳐진다. '여자축구', '종교', '인종' 등, 그녀가 넘어야 할 벽은 상당하다.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장. 그녀는 결심한 듯 공을 찬다. 예상과 달리, 공은 곡선을 그리며 그물망에 안착한다. 그리고 기뻐하는 제시. 마치 베컴이 '바나나킥'을 선보이듯, 그녀는 정말로 베컴처럼 해낸다. 


이 영화의 원제에는 '슈팅'이 아닌 'bend'라고 적혀 있다. '휘다/굽다'라는 의미의 'bend'는 베컴의 트레이드마크인 '바나나킥'을 의미하기도 하며, 제스의 결정적 슈팅 역시 베컴의 '바나나킥'을 닮았다.


그녀의 '바나나킥'은 단순한 베컴 흉내내기가 아니었다. 그녀 앞에 놓인 장벽들을 부드럽게 넘어 선 것이다. 꿈을 위해 가족에게 대들어도 보고, 몰래 연습도 나가고 했지만 그녀가 내린 답은 마치 바나나킥처럼,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해보자는 의지가 담긴 듯하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에게도 마치 인생을 향해 '바나나킥'을 해보라고 권하는 듯하다. 



여자도 합니다, 축구!


미국의 유명한 여자 축구팀으로 이적하게 된 제스와 줄스. 피부색도 다르고, 국가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두 소녀는 정확하게 화면 정 중앙에 있다. 그녀들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인도 소녀의 가족들이, 오른쪽에는 영국 소녀의 가족들이 서있다. 서로 다른 두 가족은 소녀들의 축구를 매개체로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두 소녀는 서로 어깨동무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비행기에 올라탄다.


축구를 통해 인종, 국가, 종교..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의 월드컵은 끝났지만, 아직 축제는 남아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을 이번 시즌에서는 볼 수 없지만, 월드컵이 어디 대한민국의 축제던가. 세상 사람들 모두가 같은 시간대에, 같은 경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종종 소름 돋게 한다. 월드컵이 뭐라고. 축구가 뭐라고.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 경기만을 보며, 각자의 소리를 높여 응원하며 울고 웃는다. 저마다 응원하는 팀은 달라도, 모두에게 '잘했다'며 박수를 보내는 스포츠, 축구. 모두가 '베컴'이 될 순 없지만, 저마다의 베컴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잘 해내길 바란다. 


 


덧1. 

이 영화에서는 두 소녀의 우정을 가르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그녀들의 코치인 '조'.

조 역에는 '어거스트 러쉬', '튜더스'로 잘 알려진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연기했다. 




덧2. 

마지막엔 진짜 베컴이 출연한다. 빅토리아 베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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