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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Jul 25. 2018

나의 주제어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내가 하고 싶은 여행과 영화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2010)




날이 더워 그런지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요즘이다. 그야말로 '무욕'의 상태다. 먹는 것도, 글 쓰는 것도, 생각조차 하기 싫다. 

이럴 때 생각나는 건 '여행'이다. 지금 여기만 벗어나면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고, 살아있는 나를 만날 것만 같다. 


'31세, 저널리스트, 맨한탄'의 리즈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그녀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욕구'를 찾아 나선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러."




Eat : '달콤한 게으름'의 시간


리즈는 꿈꾸던 결혼 생활을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이게 아닌데. 자신을 붙잡는 남편을 뒤로하고, 또 다른 남자를 찾는다. 하지만 그곳에도 리즈 자신은 없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머무르는 것보다 떠나는 게 더 힘들다"

그래서 리즈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길을 택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뒤로 한채, 1년간의 여행을 계획한다. 


시작은 '먹는 것' 이다. 누구보다 음식에 열정적이었던 그녀는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으러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먹는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먹는다. 나폴리에 가서 먹고, 축구 경기를 보고 먹는다. 먹고, 또 먹는다. 



뱃살은 '복부 인격'이며, 바지는 사면 된다며, 또 먹고 먹는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행복'이 무엇인지 서서히 찾게 되고, 풍만한 감정을 되찾게 된다. 그래 이게 바로 삶이었지. 


로마의 삶에 익숙해지자, 그녀는 다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떠난다. 




Pray : 내 안의 신을 만나는 시간


이번에는 인도 아쉬람이다. 식욕으로 배를 채웠다면, 이번엔 마음을 채우고자 명상을 하려 한다. 하지만 이게 웬 걸, 온갖 잡생각에 명상이 쉽지 않다. 게다 잔소리만 해대는 텍사스 아저씨 때문에 리즈는 더욱 짜증만 날 뿐이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해"

사람은 가끔 타인을 바라보며 자신을 정의하고는 하는데, 리즈 역시 타인을 위해 기도를 하는 순간 진정한 명상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자신처럼 불행한 결혼이 아닌, 정말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길 바라며 17세 소녀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명상한다. 



그리고 리즈는 드디어 신을 만난다. 명상실 사진 속에 있는 스승님이 아닌 자신의 내면 속에 있던 신 말이다. 그리고 리즈는 비로소 마음의 풍요까지 얻게 된다. 그리고 아쉬람을 떠난다. 신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다.




Love : 당신을 사랑할 시간


1년 만에 다시 찾은 발리에서 리즈는 인도에서처럼 명상하고, 이탈리아에서처럼 신나게 놀고, 그리고 또 명상하며 자신을 찾는 여정을 계속한다. 하지만 그 여정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 함께 하기 마련, 리즈는 브라질 남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좋은 시간도 잠시, 리즈는 갈등을 하게 된다. 이 남자와 더 사랑을 해도 될까, 내가 또 없어지는 건 아닐까, 균형이 깨지는 건 아닐까.


"사랑을 하면 균형이 깨질 수는 있지. 하지만 더 큰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녀는 무너지는 게 두렵고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본다. 무너지면 더 큰 탑을 세울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사랑을 해보기로 한다. 그녀 자신을, 그리고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그 남자를.






아트라베시아모 - 같이 건너보자.


이탈리아 로마, 인도 아쉬람,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1년을 꽉 채운 여행 끝에 리즈가 찾은 자신의 주제어는 바로 '아트라베시아모'이다. '같이 건너보자'라는 의미로 그녀는 비로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사랑이 아닌, '함께 하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착하고, 아파하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더 큰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리즈는 다시 한번 사랑을 해보기로 한다. 자신을 잃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육아를 하고, 나보다는 가족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본다.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나는 무엇을 원하는 가, 나는 누구인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나는, 리즈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난 여행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가족을 저버리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1년에 한 번쯤은 나만을 위해 온전히 하루 정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것이 '여행'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나도, 나의 주제어를 찾을 수 있을까. 글쎄. 마흔이 되기 전엔 찾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중력만큼이나 강한 그 자연법칙은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다 버리고 떠날 용기만 있다면 안락함도 집착도 뒤로 한 채
몸과 마음이 원하는 진실을 찾아 나선다면
그 여행의 매 순간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어깨를 부딪친 모두가 삶의 스승임을 안다면,
힘들겠지만... 아픔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면,
 진실은 당신을 비켜갈 수 없다.



당신의 주제어는 무엇인가.

혹시 모르겠다면 떠나보자.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당신만의 '먹고, 기도하며, 사랑할 수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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