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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은, 이렇게도 가족이 된다.

영화 [어느 가족] 리뷰

by guabba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일본 특유의 색이 나에게 맞을까 겁도 났었고, 약간은 쉽게 보면 안 될 것만 같아 매번 '다음으로' 미루고 미루었다.

이번에는 영화를 보게 된 이유가 나에게 꽤나 인상 깊었던 '버닝'을 제치고 수상했다는 점이다. 물론, 수상작이라고 다 좋은 영화도 아니고, 내 취향에 맞는다는 것도 아니지만 궁금했다. 어떤 점에서 '버닝' 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을까.

그리고 개봉관 수가 현저히 적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이 영화 봐야겠다 싶었다. 자고로 개봉관 수가 적다는 것은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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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눈짓 손짓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임무를 행한다. 그리고 물건을 한 아름 안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인물. 집에 들어가는 길에서는 고로케를 '돈 주고' 사 먹는다. 이상한 사람들.

그러다 혼자 쭈그려 앉아 있는 한 아이를 발견하고서는 집으로 데려간다. 그들의 집은 굉장히 어수선한 데다 사람도 많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샴푸는 가져왔어?'라고 묻기도 하고, '담에는 더 좋은 걸 갖고 올게'라고 태연스레 대답한다.


'뭐야, 이 사람들.. 이상해..'

사람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다. 영화를 보며 조급증이 나타났다. 누가 빨리 '아빠-엄마-아들'이라던지, '노모와 아들'이라던지 어떠한 것이라도 명확히 해주길 바랬다. 또 이들은 왜 도둑질을 하며 살아가는지,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도.


반면, 영화 속 인물들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 자연스레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아이는 어쩌자고 데려온 걸까..?

안 그래도 좁아터진 집에 아이까지 데려왔으니. 나는 영화를 보며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 찬 나에게 그 집에서 아이를 더 키운다는 것은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폭력에 휘둘리고 있으니 그래도 이렇게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는 게 더 잘된 일인가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아이가 이 집을, 아니 이 '가족'을 만족해하니깐. "오히려 '선택'한 관계가 유대라던지 정이라던지 더 끈끈할 수 있으니깐."



가족인 줄 알았는데, 가족이 아니었나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끝날 것만 같았던 이 수상한 가족은 한 사건으로 인해 가족의 끈이 놓아져 버리게 된다. 역시, 이렇게는 가족이 될 수 없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래도 이제껏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 정이 있지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에 저버릴 수 있을까.

핏줄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면 역시 가족이 될 수 없는 걸까. 영화를 보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어떤 가족보다 끈끈하고 따뜻한 줄 알았는데, 역시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진짜 가족이 되기 어려운 걸까.


사춘기를 겪으며 도둑질을 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한 쇼타는, 이 가족을 붕괴시키기로 한다. 자신의 여동생이 도둑질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이 대신 잡힌다. 그리고 이 수상한 가족의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딘가 조금씩 아픔이 있었던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던 사람들. 그 누구보다 자신을 꼭 끌어안아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과거와 아픔은 묻어둔 채 어쩌면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뭉쳐 지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모여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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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은, 이렇게도 가족이 된다.

영화 '어느 가족'을 보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가족이란 무엇인가' 물음을 던지게 된다. 대가족에서 살아왔고, 지금은 또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이 영화는 어딘가 나와는 정 반대편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으로 끈끈하게 뭉쳐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우리 가족과 뭐 그리 다른가 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모두가 가족을 원하고, 그 어느 가족보다 도란도란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함께 할 때는 쉽게 하지 못한 말이었지만, 이들도 역시 가족인지라 서로 떨어져 살고 난 뒤 깨닫게 된다. 서로가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걸.

그래서 쇼타는 아빠를 떠난 후, 나지막이 '아빠'라고 내뱉어 보기도 하고, 유리는 '오빠'라고 부르며 뛰어 나갈 듯한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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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은, 이렇게도 가족이 된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어떻게 가족이 되었을까. 나는 어떤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혹은 살아갈 '어느 가족'을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 '어느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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